북한·통일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김정은의 눈물

등록 2018.05.31 21:43

수정 2018.05.31 22:17

2014년 북한군 어업기지를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이 군 예술단 공연을 보는 장면입니다. 예술단원이 김 위원장 덕분에 물고기를 많이 잡았다고 하자 눈물을 참지 못한 겁니다. "불타는 마음들을 그토록 소중히 새겨 안으시며 눈굽(눈가)을 적시신 경애하는 원수님…" 앞서 만경대혁명학원에서는 어린이들이 '아버지'라고 부르자 눈물을 보였습니다. "우리 원아들이 위대한 대원수님들이 생각나서 더욱 그럴 것이라고 뜨거움을 금치 못하시었습니다…"

김정일도 공-사석에서 자주 눈물을 흘렸다고 하지만 우는 모습이 북한 매체에 실린 적은 거의 없습니다. 반면 김 위원장은 눈물 흘리는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주로 자애로운 지도자 이미지를 선전하는 것이지만 어제 일본 아시히신문이 보도한 영상은 조금 다릅니다. 지난달부터 말단 당 간부 교육에 쓰고 있다는 영상에서 김위원장이 해변에 서서 수평선을 바라보다 눈물을 흘리고 "개혁이 순조롭지 않아서 답답함에 운다"라는 설명이 나온다고 합니다. 아사히 신문은 김 위원장이 미국과 비핵화를 논의하더라도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니까 믿고 따르라는 얘기라고 보도했습니다. 앞으로 벌어질 정세 변화 속에서 북한 내부의 심리적 동요를 막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지도자의 눈물은 카리스마 못지 않게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처칠이 절체 절명의 상황에서 눈물로 국민을 결집시킨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눈물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무엇보다 진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지도자의 눈물을 보며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면 실패한 눈물입니다. 김정은의 눈물을 보며 북한 주민들이 진정으로 함께 눈물을 흘릴지 , 아니면 마음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지 알기 어렵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보인 눈물의 진정성은 앞으로 있을 북한의 변화에 따라 역사가 평가할 것입니다.

5월 31일 앵커의 시선은 '김정은의 눈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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