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과 가펑클이 1981년 뉴욕 센트럴파크 공연에서 부른 '코다크롬'부터 들어보시지요.

♬코다크롬은 선명하고 밝은 색깔, 여름의 푸르름을 안겨주네 엄마, 내 코다크롬을 가져가지 말아요.♬

미국 코닥사의 코다크롬은 카메라 필름의 대명사였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에 밀려 2009년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이듬해 캔자스주 시골마을에 남아 있던 마지막 코다크롬 현상소가 폐업할 때는 세계에서 사진 애호가들이 찾아와 슬퍼했지요.

니콘과 함께 카메라시장을 이끌어온 일본 캐논이 엊그제 81년을 이어온 필름 카메라 판매를 종료했습니다. 후지필름도 곧 흑백필름 판매를 끝낸다고 합니다.

디지털 카메라는 한꺼번에 수백 수천 장을 찍고, 곧바로 들여다보며 쉽게 지워버립니다. 하지만 필름 카메라는 필름 한 통, 한 장을 소중히 아끼고 정성을 다해 찍습니다. 현상 인화까지 며칠을 기다리며 설렙니다. 필름 카메라의 묵직한 기계음에는 속 깊은 무뚝뚝함이 있습니다. 그 은근한 온기를, 매끄러운 전자제품 디지털 카메라는 결코 흉내 낼 수 없습니다. 방금 찍어도 십 몇 년 묵은 듯 차분하고 오묘한 색감은,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려는 사진가의 마음과 통합니다.

지구상의 마지막 타자기 공장도 문을 닫은 지 7년 됐습니다. 하지만 귀부터 즐거운 타자기의 정취를 컴퓨터 자판이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어쩌다 책장에 오래 둔 시집을 펴면 묵은 종이냄새에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활자에 눌리고 잉크가 번져난 글자에선 시인의 마음이 만져질 듯합니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책의 향기를 보존해 물려주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디지털의 냉기가 세상을 뒤덮을수록, 아날로그에 깃든 인간의 체온과 감성, 그 아련한 너그러움이 더욱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6월 1일 앵커의 시선은 '아날로그의 향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