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일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거대한 친서

등록 2018.06.04 21:54

수정 2018.06.05 12:58

평창올림픽 당시 청와대를 방문한 북한 김여정이 서류 파일을 들고 있습니다. 파란색 표지에 금박 북한 휘장과 김정은 위원장 직함이 찍혀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입니다. 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편지를 읽었지만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정상 간에 주고받는 친서 내용은 밝히지 않는 외교 관례에 따른 겁니다.

2013년 북한 특사 최룡해가 시진핑 주석에게 김정은 친서를 전달하는 장면입니다. 시 주석은 무표정하게 친서를 받은 뒤 봉투 왼쪽 끝을 한 손으로 집어 비서에게 건넵니다. 당시 냉랭했던 북중 관계가 그대로 드러나 보입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감회 어린 표정을 하고서 두 손으로 김정은 친서를 받았습니다. 김영철과 나란히 서서 친서를 들어 보였습니다. 봉투 크기가, 시 주석에게 보냈던 친서의 거의 두 배, 우리 신문지 절반만 합니다.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친서를 경매 붙이는 시늉도 했습니다.

트럼프
"편지에 뭐가 있는지 보고 싶습니까"

기자
"말해주세요"

트럼프
"얼마를 부를 건가요, 얼마? 얼마?"

그러면서 그간 다짐해온 '비핵화 일괄타결' 얘기는 쑥 들어갔습니다.

트럼프
"한번의 회담에서 이것(비핵화)이 일어난다고 말하지 않겠다. (회담에서 한국전 종전 선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과 (정전에 대해) 얘기했다."

그래서 미국 언론에서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라는 이벤트로 흐를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과거 대북 핵협상의 실패를 반복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김정은의 '거대한 친서(Giant letter)'를 두고 여러 우스개가 쏟아집니다만, 트럼프가 친서에 한껏 고무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봉투만큼 알맹이도 큰 것 같지는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어서, 친서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6월 4일 앵커의 시선은 '거대한 친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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