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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52시간 근로의 명암

등록 2018.06.07 21:46

수정 2018.06.07 22:12

"내 일주일 월화수목 금금금. 내 통장은 야. 밑 빠진 독이야…"

방탄소년단 노래에 '월화수목 금금금'이 등장합니다. 일에 치여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일하는 우리 과로사회를 꼬집는 말이지요. '야간의 주간화, 휴일의 평일화, 가정의 초토화, 라면의 상식화(常食化)'라고 김영한 민정수석이 2014년 청와대 출근 첫날 비망록에 남긴 메모입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바로 내 처지'라고 무릎을 칠, 절묘한 표현입니다.

최대 예순여덟 시간이었던 주당 근로시간이 다음달부터 쉰두 시간으로 줄어듭니다. 주 5일 근무제 이후 14년 만에 일과 일상에 닥친 획기적 변화입니다. 사람들 생각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작년 통계청 조사에선 '일이 가정보다 먼저'라는 응답이 43%에 그쳐 2011년 첫 조사 이후 처음 절반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여론조사에선 59%가 근로시간 단축을 '잘된 일'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일과 삶의 균형'에 눈을 뜬 겁니다.

그런데 이 좋은 변화를 두고 걱정이 많습니다. 기업은 인건비 부담이, 근로자는 임금 감소가 걱정입니다. 주 5일제 시행 때도 그런 우려가 컸지만 큰 충격 없이 일상생활에 정착한 것을 보면 가는 방향은 맞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번 근로시간 단축은 급격하고 경직됐고 졸속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고용부가 여태 구체적인 시행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혼란을 부추기는 것도 한심한 일입니다.

부각된 문제점들을 서둘러 고치고 다듬지 않는다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부작용이 제도의 좋은 취지를 덮어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요즘 일본에 '어슬렁거리는 샐러리맨'을 뜻하는 신조어 '후라리맨'이 유행한다고 합니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퇴근이 빨라진 남편들이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거리를 헤맨다는 뜻입니다. 그나마 그냥 헤매기만 해도 다행인데 우리의 경우는 줄어든 수입을 메우기 위해 또 다른 일자리 찾아 헤매는 가장이 늘지 않을 까 걱정입니다.

6월 7일 앵커의 시선은 '52시간 근로의 명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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