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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미인대회와 성(性) 평등

등록 2018.06.08 21:45

수정 2018.06.08 21:52

2000년에 나온 코미디 영화 '미스 에이전트'입니다. 미인대회 행사장을 폭파하려는 테러범을 잡으려고 왈가닥 FBI 요원이 대회 참가자로 위장해 좌충우돌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미인대회를 혐오합니다.

"나더러 머리 빈 섹시녀들처럼 수영복 입고 세계 평화를 외치며 활보하란 말이야?"

미인대회가 외모 지상주의를 퍼뜨리고, 여성을 성적 대상 내지 상품으로 만든다는 비판을 받아온지는 오래됐습니다. 50년전인 1968년 '미스 아메리카' 대회장에 젊은 여성들이 들어가 '여성 해방' 플래카드를 펼쳤습니다. 행사장 앞에서는 속옷과 화장품, 플레이보이잡지를 ‘자유의 쓰레기통’에 버리는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나 원조 미인대회 '미스 아메리카'가 창설 97년 만에 수영복 심사를 폐지했습니다. 가장 비인간적이라고 비판 받아온 수영복과 함께 드레스 심사도 없애고 저마다 개성있는 옷을 입도록 했습니다. 외모보다 능력과 지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입니다.

미스 아메리카 출신으로 이 대회 첫 여성 조직위원장이 된 그레천 칼슨은 폭스 TV 앵커 시절 폭스사 회장의 성추행에 맞서 소송을 벌이며 미투에 앞장서 왔습니다. 수영복 폐지도 미투의 연장선인 셈입니다.

50년 전 미스 아메리카 대회장 앞에서 여성들이 속옷을 버렸듯, 며칠 전 서울에서 젊은 여성들이 웃옷을 벗고 시위를 했습니다. 페이스북이 반나체 행사사진을 삭제한 데 대한 항의였습니다. 여성의 몸은 성적 대상이 아니라는 시위대의 목소리는, 미스 아메리카의 수영복 폐지와 맥이 닿아 있습니다.

대낮 대로변 여성의 가슴 노출은 아직 우리 사회에선 당혹스러운 장면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떤 형태로든 여성의 인권과 성 평등 운동의 불길은 계속 번져갈 겁니다. 하지만 이 운동이 성 대결이나 성 혐오로 잘 못 이해되는 건 경계해야 할 겁니다.

6월 8일 앵커의 시선은 '미인대회와 성(性) 평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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