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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세기의 핵 담판 전야

등록 2018.06.11 21:52

수정 2018.06.11 22:00

극지방 밤하늘을 황홀하게 수놓는 오로라입니다. 로마신화 여명의 신, 아우로라에서 따온 이름처럼 신비롭게 너울거리는 오로라를 가리켜 흔히 '신의 옷자락'이라고 부릅니다. 이 말을 19세기 독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는 정치 명언으로 남겼습니다.

"신이 역사를 지나갈 때 옷자락을 놓치지 않고 잡아채는 것이 정치가의 책무다."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은 1989년 동독 건국 40주년 열병식에 갔다가 리무진에서 내려 거리의 시민들에게 말했습니다.

"너무 늦게 오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벌을 받는다."

동독 정부가 때를 놓치지 말고 개혁을 서두르라는 마지막 경고였습니다. 그리고 엊그제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습니다.

"김정은은 북한 주민을 위해 위대한 일을 할 기회를 잡았고 그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단 한번의 기회다."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까지 날아가 북미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북한 체제 70년에서 초유의 일입니다. 그가 이웃 사회주의 형제국 중국과 남북 중립지대 판문점으로 온 것과도 차원이 다릅니다. 김일성은 동유럽까지 가긴 했지만 냉전시대 사회주의 진영을 못 벗어난 우물 안 외교였습니다. 김정일은 중국과 러시아만 다니며 은둔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 아버지가 시도조차 못했던 자유세계 외출을 감행해 철천지 원수라던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확실한 체제 보장과,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핵폐기를 놓고 담판을 벌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 스타일이 워낙 예측불허여서 결과를 낙관할 수 없습니다.

김 위원장이 내일 역사의 신이 늘어뜨린 옷자락을 놓친다면 새 세상으로 나설 기회는 해 뜬 뒤 오로라처럼 스러져버리고 말 겁니다. 회담이 열리는 센토사섬이 이름 그대로 평화와 고요의 섬이기를 기다립니다.

6월 11일 앵커의 시선은 '세기의 핵 담판 전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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