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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딸 면접 본 아버지

등록 2018.06.18 21:50

수정 2018.06.18 21:56

3년 전 신문 1면에 이런 사진이 실렸습니다. 정장 차림의 여성이 하이힐을 벗어 들고 명동 거리를 걸어갑니다. 근처 회사에서 면접을 치르고 나온 취업 준비생인 모양인데, 평소에 잘 안 신던 하이힐이 많이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모르긴 해도 하이힐도, 투피스도 면접을 위해 장만했을 겁니다. 미용실에서 머리도 만졌겠지요. 친구들과 모의 면접을 보며 말투와 걸음걸이까지 가다듬었을지 모릅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이미 수십 대,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왔을 테니까 저희 같은 세대들은 그 절박함을 다 이해하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명동의 취업 준비생 발꿈치를 한번 보십시오. 스타킹에 구멍이 나 있습니다. 구멍으로 들여다보이는 건, 철벽 취업난에 갇힌 젊은이들의 고단함과 절박함입니다.

3년 전 그 무렵 어느 은행 면접장에서는 아버지가 딸을 면접했습니다. 인사와 채용 총괄 임원이었던 아버지는 딸에게 최고점수를 줬습니다. 앞서 딸은 자기소개서에 아버지가 누구라고 당당하게 밝혔고, 인사담당자는 소개서에 만점을 줬습니다.

어제 검찰이 발표한 은행 채용비리 육백아흔다섯 건 중에 하납니다. 웃지 못할 촌극도 있습니다. 어느 은행은 부행장 자녀와 이름과 생년월일이 같은 여성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해 중간 전형에 합격시켰습니다. 부탁 받지도 않은 일을 알아서 한 건데, 알고보니 부행장 자녀는 군복무 중인 남자였습니다. 금융계에 임직원 자녀 우대가 얼마나 뿌리깊은지 짐작할만합니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10.5%로 통계 사상 최악이었습니다. 그럴수록 보수 좋고 안정된 은행원은 선망 직종입니다. 그 은행 취업의 좁은 문이 임직원, 거래처, 유력인사 자녀에겐 넓은 문이었습니다. 젊은이들은 물론 부모 된 사람 모두가 분노하고 절망할 일입니다.

우리 사회가 정말 선진사회로 가려면 적어도 이런 후진적 행태만큼은 이번 기회에 완전히 뿌리가 뽑히기를 기대합니다.

6월 18일 앵커의 시선은 '딸 면접 본 아버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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