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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할리 데이비슨의 역설

등록 2018.06.27 21:44

수정 2018.06.27 22:06

영화 '터미네이터 투'에 나오는 오토바이 추격장면입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모는 이 오토바이는 요절한 가수 김광석의 꿈이기도 했습니다. 

"마흔 살 되면 오토바이 하나 사고 싶어요. 할리 데이비슨, 멋있는 걸로. 돈도 모아놨어요. 그 얘길 했더니 주변에서 상당히 걱정을 하시데요. 다리가 닿겠니?"

몸집이 작았던 김광석이 왜 육중한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싶어 했을까요.

할리 데이비슨을 미국의 상징, 그리고 세계 젊은이의 꿈으로 띄운 영화 '이지 라이더'를 보고 동경을 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에 성조기가 그려진 할리 데이비슨이 나오는데, 훗날 경매에서 14억원이라는 큰 돈에 팔리기도 했지요.

엘비스 프레슬리, 엘리자베스 테일러, 푸틴 대통령, 히딩크 감독, 이 사람들의 공통점도 할리데이비슨 애호가라는 겁니다. 가끔씩은 폭주족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애호가들은 교통법규와 예의를 엄격히 지키는 걸로도 유명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할리 데이비슨 회장을 백악관으로 초대했습니다. 

"할리데이비슨은 미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상징 중 하나입니다."

그랬던 트럼프가 어제 "할리는 경험하지 못했던 세금을 내게 될거"라며 협박성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할리가 일부 공장을 해외로 옮기기로 하자 발끈한 겁니다만, 따지고 보면 자신이 일으킨 보호무역 전쟁이 부메랑으로 날아든 건데 말이지요.

미국이 EU산 철강에 무거운 관세를 물리자, EU도 가장 미국적인 3대 상품, 오토바이, 청바지, 버본위스키에 보복관세를 매겼고, 할리가 해외 이전을 결정한 것도 결국 이 관세 때문입니다.

이 일을 두고 '할리의 역설'이란 말도 나왔습니다. 국가의 지나친 산업 보호가 오히려 기업을 해외로 내쫒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무역 보복이 보복을 낳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 전체가 가라앉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6월 27일 앵커의 시선은 '할리 데이비슨의 역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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