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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대통령의 건강

등록 2018.06.29 21:45

수정 2018.07.10 23:02

4천미터 상공에서 여유 있게 뛰어내리는 사람은 '아버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입니다. 여든다섯살 생일을 고공 점프로 자축했던 장면이지요. 그는 4년 전 아흔 살 생일에도 스카이다이빙으로 건강을 뽐냈습니다.

그런 부시가 대통령 재임 때는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부시 전기에는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새벽 세 시, 침실로 돌아와 몸을 눕힌다. 다섯 시 벨이 울리기까지 어깨는 잔뜩 긴장하고 마음은 천리 밖을 헤맨다. 다른 대통령들은 어떻게 견뎠을까."

대통령이란 고독한 존재입니다. 잠자리에서도 고뇌와 결단의 짐을 내려놓지 못합니다. 임기 말 김영삼 대통령은 "살아보니 청와대가 감옥이더라, 영광은 짧고 고뇌는 길었다"고 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건강이 어떠냐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날마다 거울을 보며 나에게 말합니다. 너는 아플 자유도 시간도 없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감기 몸살로 어제 이틀 휴가를 내고 모레 일요일까지 쉬고 있습니다. 비서진은 대통령이 푹 쉬도록 어떤 보고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치르고 미북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도 외국을 네 번 방문했습니다. 몸에 무리가 올만도 합니다.

하지만 국가 지도자의 피로는 마음에서 오기 쉽습니다. 대통령은 규제개혁이 지지부진하자 그제 점검회의를 전격 취소하면서 "답답하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소득분배 악화 같은 경제 성적표가 나쁘게 나오자 "매우 아프다"고 했습니다.

건강체질로 소문났던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전임 대통령들도 며칠 쉬거나 입원한 적이 있습니다만 대개 임기 중후반 때 일입니다. 이제 1년을 갓 넘긴 문 대통령이 탈이 난 걸 보면 육체적 강행군 못지 않게 마음의 짐이 그만큼 컸던 듯합니다.

대통령의 건강은 그 자체보다 그로부터 비롯되는 정치적 메시지가 더 주목 받습니다. 대통령의 건강이 국민의 불안감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겁니다.

6월 29일 앵커의 시선은 '대통령의 건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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