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52시간 근무, 점심과 저녁

등록 2018.07.03 21:45

수정 2018.07.10 23:01

우리를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점심을 간단히 먹는 간식으로 여겼습니다. 건너뛰거나, 먹더라도 마음(心)에 점(點) 하나 찍듯 조금 먹는다는 뜻이 담겨 있지요. 작은 만두모양 간식 딤섬도 점심을 광둥어로 발음한 이름입니다.

영어권에서는 점심을 가리키는 말에 '알 데스코(Al Desko)' 라는 게 있습니다. 공기 맑은 야외에서의 식사를 의미하는 '알 프레스코(Al Fresco)'와 반대로, 사무실 책상에서 급히 먹는 점심을 뜻합니다.

미국에선 알 데스코로 점심을 때우는 직장인이 39%에 이르고, 영국에선 일하며 점심을 먹는다는 근로자가 네 명 중 세 명꼴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교대로 점심을 들며 창구를 지켜야 하는 은행원들이 특히 알 데스코의 고단함을 토로합니다만, 여느 샐러리맨들도 전쟁 치르듯 점심을 때우기는 마찬가집니다.

어제부터 주당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당장 달라지는 것이 직장인의 식사일 겁니다. 짧아진 근무시간 내에 정해진 업무를 끝내려면 아무래도 마음에 점을 찍듯 하는 알 데스코가 늘어날 것 같습니다. 물론 저녁 회식도 크게 줄고, 해가 환할 때 퇴근하면서 끼리끼리 한잔 하기도 어색하겠지요.

가뜩이나 자영업이 무너지고 있다는데 벌써부터 음식점 주인들 한숨이 더 깊어졌다고 합니다. 한편으로 직장인들에게는 남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숙제로 떨어졌습니다.

주머니는 가벼운데 저녁만 있는 삶이 되는 건 아닌지, 퇴근 후 갈 곳이 없어서 이곳 저곳을 어슬렁거린다는 한국판 '후라리맨'이 나타나는 건 아닌지 벌써 걱정입니다. 

이제 우리도 '월화수목금금금' 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과로 사회와 결별할 때가 된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제도가 바뀐다고 우리의 저녁이 갑자기 풍요로워 지지는 않을 겁니다.

제도를 바꾸는 취지가 국민의 삶에 제대로 반영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도, 기업도 ,개인도 당분간은 지혜를 모아야 할 듯 합니다.

7월 3일 앵커의 시선은 '52시간 근무, 점심과 저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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