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냉면의 욕심

등록 2018.07.06 21:45

수정 2018.07.10 23:01

"이 골목 저 골목 다니면서 구경을 하는데 맛 좋은 냉면이 여기 있소 값 싸고 맛있는 냉면이오 냉면 국물 더 주시오 아이구나 맛 좋다…" 

작곡가 박태준이 미국 곡을 편곡해 가사를 붙인 가곡 '냉면'입니다. 평양에서 학교를 다녔던 분답게, 촌사람 입맛도 휘어잡는 냉면의 오묘한 매력을 유쾌하게 노래했습니다.

시인 백석은 어릴 적 평안도 집에서 국수틀로 면을 뽑고, 찡하게 익은 동치미국물에 말아, 절절 끓는 아랫목에서 먹던 냉면을 이렇게 찬미했습니다. "이 희스무레하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평양냉면은 더이상 욕심 없고 소박한 음식이 아닙니다. 모처럼 구경 온 촌사람이든, 도회지 사람이든 선뜻 사먹기가 쉽지 않게 됐습니다. 평범한 식당도 한 그릇 만원이 예사고 유명한 집은 만7천원까지 받습니다.

냉면은 외식 물가를 앞장서 끌어올리는 선도 품목 자리도 차지했습니다. 어제 나온 조사에서 서울 평균 가격이 8천800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10.6%나 올랐습니다. 두 번째로 많이 오른 삼겹살 인상률의 두 배 가깝습니다.

대표적 외식 메뉴 여덟 가지 중에 짜장면만 빼고 모두 올랐는데, 지난 3월 음식점 조사에서 80%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던 게 현실로 나타난 셈입니다.

가뜩이나 체감 경기가 얼어붙어 지갑들을 닫아버린 상황에서 음식값까지 뜀뛰기를 하면 소비자도 음식점도 더 어려워질 텐데 말이지요.

이런 악순환에 냉면이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는 걸 백석 시인이 알면 지하에서 혀를 찰지도 모르겠습니다. 7월 6일 앵커의 시선은 '냉면의 욕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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