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정부와 기업 사이

등록 2018.07.10 21:46

수정 2018.07.10 23:00

2013년 청와대를 방문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왼손을 바지 주머니에 찌른 채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합니다. 이 장면을 두고 '무례하다'는 반응과 '문화 차이'라는 반응이 엇갈렸습니다. 그런데 빌 게이츠가 주머니에 한 손을 넣고 악수한 국가 정상이 한둘이 아닙니다. 막강한 권력자들도 스스럼없이 대하는 태도가 몸에 밴 것일 겁니다.

대조적인 우리 일화도 하나 돌아보겠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30대 기업 총수를 초청한 자리에 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다들 초조해합니다. 5공 때 청와대 소집에 지각했다가 해체됐다는 국제그룹을 떠올렸을 지도 모르지요. 뒤늦게 온 총수는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죽을 죄를 졌습니다, 각하" 하고 외쳤습니다. 만찬장에 폭소가 터지고 겨우 분위기가 풀렸다고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전자 인도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함께 테이프를 자르자고 손짓을 합니다. 이 부회장은 물러나 뒤쪽 한 단 아래로 내려섭니다.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자가 테이프를 자르는 건 당연한 일인데 말이지요.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을 맞으며 세 번 네 번 허리를 깊이 굽혀 인사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가진 단독 면담이 큰 뉴스로 다뤄지는 것도 외국인 눈에는 이상하게 비쳤을지 모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고경영자들을 잇따라 만나 투자와 일자리 약속을 받아냅니다. 백악관에서 인텔 회장의 투자계획을 듣고, 애플 회장과는 비공개 회동을 했습니다. 일본 아베 총리는 수시로 기업인들과 골프를 하고, 기업 준공식은 물론 기업인 자녀 결혼식에도 찾아갑니다. 정부와 기업은 나라 경제를 이끌어 갈 동반자로 여기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요즘 우리 기업인 가운데는 정부를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적지 않은 듯합니다. 대기업을 개혁과 규제, 단죄 대상으로만 봐서는 투자도 일자리 창출도 위 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이 정치와 경제 사이 서먹한 관계가 풀리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7월 10일 앵커의 시선은 '정부와 기업 사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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