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혐오의 시대

등록 2018.07.12 21:45

수정 2018.07.12 21:50

작년 말 호주에 머물던 한국 여성이 남자 어린이에게 약물을 먹여 성추행했다는 글과 사진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습니다. 그는 아이 얼굴까지 공개하면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여자 아이에 대한 성적 집착은 범죄지만, 남자아이에 대한 것은 존중 받는 취향이다. 그는 구금돼 재판을 받다가 얼마 전 추방됐습니다.

이 인터넷 사이트는 안중근, 윤봉길 의사 사진에 낙서를 해 조롱하고, 6.25 전쟁까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로 비하했습니다. 모두 '워마드'라는 대표적 남성혐오 사이트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그 '워마드'의 화살이 그제부터 종교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천주교가 예수의 몸 자체로 모시는 성체를 욕설과 함께 훼손하는 사진을 올린 데 이어, 성경책을 불 태우는 사진과 성당에 불을 지르겠다는 협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천주교가 낙태를 반대하고 여성은 사제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이슬람 경전 '쿠란' 이라며 책을 불태우는 사진, 또 이슬람 사원에서 삼겹살 소주 파티를 하자는 글도 올라왔습니다. 신자 아닌 사람들에게도 큰 충격일 뿐 아니라 일련의 종교 모독이 또 어떤 일들을 불러올지 두려운 마음까지 듭니다.

워마드 회원들은 이 모든 것이, 그간 여성이 당해온 조롱을 거울처럼 반사해 되돌려주는 이른바 '미러링(Mirroring)'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여성계 내에서도 걱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덕성이 결여된, 그리고 극단적이고 무분별한 적개심은 성 차별을 없애자는 여성운동의 목적 달성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 사회운동이든 성공하려면 대중의 공 감과 지지를 얻어야 합니다. 혐오는 폭력이고, 폭력을 통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을 겁니다.

천주교 주교 회의가 낸 입장문은 이렇게 끝을 맺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가 되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워마드에만 국한되지 않는 호소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들리는 요즈음입니다. 7월 12일 앵커의 시선은 '혐오의 시대'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