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편의점의 반란

등록 2018.07.13 21:46

수정 2018.07.13 21:51

김애란의 단편소설 '나는 편의점에 간다'의 주인공은 편의점에 갈 때마다 안도합니다. 혼자 사는 자취생이지만 편의점에서 비닐봉지를 흔들며 귀가할 때면 가난하지도 외롭지도 않은 서울 시민이 됩니다. 그녀가 편의점에서 사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일상입니다. "컵라면 뚜껑 위에 두 손 얹고 잠시 눈 감은 막일꾼." 하루 벌이를 찾아 새벽 인력시장에 나온 노동자가 잠시 허기진 마음까지 녹이는 곳도 편의점입니다.

일본에는 노인이 자기 발로 걸어서 편의점에 갈 수 있으면 '편의점 시민', 그렇지 못하면 '편의점 난민'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상에서 편의점의 의존도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우리 편의점 역시 일상 깊숙이 들어와 이웃으로 자리잡은 지 오랩니다. 그런 편의점 주인들이 "나를 잡아가라"고 외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힘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저항수단이었던 간디의 불복종운동을 떠올리게 합니다.

7만 편의점 주를 포함한 300만 소상공인연합회도 내년 최저임금이 또다시 대폭 인상되면 따를 능력이 없다며 지불유예,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습니다. 지난해 월평균 195만원이었던 편의점 수익은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130만원으로 급감했다고 합니다.

음식 숙박 소매업 같은 소상공인들의 월평균 이익도 209만원에 그쳐,임금 근로자 소득의 64%밖에 안 됩니다. 이 수치는 근로자만 사회적 약자가 아니란 사실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그런데도 마치 임금을 착취하는 악덕 업자처럼 보는 일부 시각이 소 상공인들은 가장 억울하고 화난다고 말합니다. 

현 정부의 최저임금 실험이 이런 우리의 이웃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서민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는 아우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시작일 뿐 길게 보면 모두가 상생하는 길이라는 게 정부의 생각인 듯 합니다만, 이제는 속도와 방향을 다시 한번 면밀히 점검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7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편의점의 반란'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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