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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축구의 힘

등록 2018.07.16 21:55

수정 2018.07.16 22:05

지단은 1998년 월드컵 결승에서 두 골을 터뜨려 프랑스에 우승을 안겼습니다. 하지만 그는 경기 전 국가가 연주될 때 따라 부르지 않는 걸로도 유명합니다.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는 너무 호전적이고 민족주의적이라는 비판이 없지 않습니다.

특히 프랑스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꺼립니다. 가난하게 자란 알제리 이민 2세 지단도 마찬가지여서 반감을 사곤 했지요. 하지만 월드컵 우승 다음날 개선식에서 파리 시민들은 "지단을 대통령으로"라고 연호했습니다. 스물두명 중에 열두명이 이민자 출신이었던 대표팀은 프랑스 삼색기의 '청 백 홍' 대신 '흑 백 뵈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뵈르는 이민자 절반을 차지하는 북아프리카계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오늘, 두 번째 월드컵을 거머쥔 프랑스 대표팀은 스물세명 중 스물한명이 이민자 출신이고 그중에 아프리카계가 열 다섯명입니다. 하지만 다들 국가를 열심히 불렀고 더 단합된 조직력과 젊은 패기를 뽐냈습니다.

프랑스는 톨레랑스(Tolerance), 관용의 나라라지만 이민자와 난민 문제, 취업난에 테러까지 겹치면서 반 이민 정서가 확산됐습니다. 그렇게 닫힌 마음과 가라앉은 분위기를 젊고 자유롭고 다양한 축구 전사들이 깨우고 있습니다. 순수한 기쁨과 열광이 나라를 하나로 묶고 미래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키웁니다.

2015년 런던에서 열린 잉글랜드 대 프랑스 친선축구에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윌리엄 왕세손, 양국 선수, 그리고 7만 관중이 프랑스 국가 라마르세예즈를 합창했습니다. 800년 숙적이었던 두 나라가 파리 테러의 희생자를 애도하며 손을 잡았습니다.

축구란 참 이상한 경기입니다. 여럿이서 둥근 공 하나를 차고 빼앗을 뿐인데 전쟁 같은 비장함이 넘칩니다. 그러다가도 국민을 하나로 모으고, 나아가 나라와 나라 사이 마음까지 열어주는 것이 축구인 모양입니다. 7월 16일 앵커의 시선은 '축구의 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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