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군 수뇌부의 진실게임

등록 2018.07.25 21:47

수정 2018.07.25 22:02

경남 통영 바다를 내려다보는 망일봉 기슭에 청마 문학관과 청마 생가가 있습니다. 명시 '깃발'로 유명한 청마 유치환을 기려 통영시가 세우고 복원했지요.

그런데 인접한 거제에도 청마 기념관과 생가가 있습니다. 통영시와 거제시가 서로 자기 도시에서 청마가 태어났다고 주장하면서 빚어진 일입니다.

문학관, 기념관이야 연고에 따라 두 곳에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생가는 둘일 수가 없습니다. 결국 논란은 법정 소송으로까지 번졌고 대법원 판결이 나며 두 도시의 청마 출생지 다툼은 일단락이 났습니다.

어제 국회 국방위에서 벌어진 진실게임은 한 시인의 두 생가를 둘러싼 논란보다 더 어이가 없습니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지난 3월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보고받은 상황과 관련해, 기무 사령관과 부대장이 송 장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언을 했습니다. 

"군인으로서 명예를 걸고 한 인간으로서 양심을 걸고 답변드리겠습니다" 
"완벽한 거짓말입니다. 대한민국 대장까지 마치고 장관하고 있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공직자의 국회 출석은 곧 국민 앞에 서는 것입니다. 걸핏하면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세상이라고는 해도,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린 자리에서 나라를 지키는 국방장관과 군 간부 중 한쪽은 분명 거짓말을 했습니다.

계엄령 문건은 작성 경위부터 의도와 목적, 최초 보고, 은폐 여부까지 여러 엇갈리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군 특별수사단의 수사결과를 기다려 봐야겠지만, 기강을 생명으로 여긴다는 군 수뇌부의 공개 충돌을 보며 국민은 참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통영과 거제의 청마 생가를 보면서는 혀를 차면 그만이지만, 군은 국민이 믿고 밤잠을 잘 수 있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거짓말은 다리가 짧다고 합니다. 오래 가지 않아 탄로난다는 뜻이지요. 누구든 거짓말을 한 쪽은, 국민을 기만하고 군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린 죗값을 엄중하게 치러야 할 겁니다.

7월 25일 앵커의 시선은 '군 수뇌부의 진실게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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