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9

스튜어드십 코드가 뭐길래?…쏟아지는 후폭풍 우려

등록 2018.07.30 21:07

수정 2018.07.30 21:12

[앵커]
스튜어드십 코드를 둘러싼 논란, 장원준 경제산업부장과 함께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용어, 좀 낯선데요. 일단 무슨 뜻입니까? 

[기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외경 스튜어드, 즉 집사처럼 열심히 주인인 국민의 노후자산인 국민연금을 굴려보겠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좋을 수도 있지만, 600조가 훨씬 넘는 공룡 기금이 자칫 국내 기업을 쥐락펴락하면서 '주인 노릇'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큰 부작용이나 후폭풍이 생길 것 같다, 그런 걱정들이 나오는 겁니다. 

[앵커]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기업이 잘 돼야 우리가 나중에 연금을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 기업이 잘 되도록 의결권을 행사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그동안은 이걸 왜 안 한 겁니까?

[기자]
거래소 시총 상위 종목들 스케치 원론적으로는 앵커 말씀이 맞습니다. 또 그동안 실제로 의결권을 행사한 적도 있었구요. 다만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거나 못했던 겁니다. 역설적으로 우리 국민연금은 주요 국내 기업 지분을 너무 많이 갖고 있어서 의결권 행사나 경영 의견 개진에 현실적 제약이 있었습니다. 태권도나 합기도 수련으로 너무나 주먹이 세지면, 다칠까봐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기 어려워지는 것과 비슷한 거죠이 자료를 보시면, 시청자 여러분 누구나 다 잘 아실 만한 유명한 대기업과 금융사 지분을 국민연금이 10% 안팎이나 들고 있습니다. 이는 외국보다 훨씬 높은 비율입니다. 세계적으로 주요국 기금은 자국 증시의 1% 내외, 많다는 일본이 5% 정도인데, 우리는 시가 총액의 7%이고, 특히 주요 대기업은 10%씩이나 되니까요. 여기에 우리나라는 민간에게 의결권을 위탁할 수도 없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 힘도 너무 세고 그 힘도 나눌 수 없는 국민연금으로선 주먹을 주로 꼭 쥐고만 있는 상황이 이어졌던 거죠.

[앵커]
그러다가 이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에 나서게 된 건데, 이게 정부에 미운 털 박힌 기업을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우려가 나오는 건 왜 그런 겁니까?

[기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30일 이번에 마지막까지 남았던 가장 큰 쟁점은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느냐, 마느냐 하는 거였습니다. 결국 심각한 주주 가치 훼손이 생기면, 또 사회적 여론이 형성되면 국민연금이 경영에 참여하는 쪽으로 결론이 됐는데요. 심각한 훼손, 도대체 어느 정도가 돼야 심각한 훼손이죠? 여기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오늘 "주관적 판단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은 또 어느 정도가 돼야 '형성됐다'고 할 수 있죠? 역시 주관적 판단입니다. 이걸 정하는 게 기금운용위원회인데요, 구성 자체가 정부 입김이 강하다는 지적입니다. 위원 20명 중 보건복지부 장관과 관련 부처 차관 4명,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정부 관련 인사가 6명 들어가구요, 근로자 대표 3명에, 시민단체가 추천한 지역가입자 대표 등을 합치면 과반의 영향력이 생기는 건데, 과연 이 위원들이 정부가 내세우는 어떤 공감대에서 독립적일 수 있겠느냐, 그런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정부 관여가 배제되도록 결정의 독립성을 더 보장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기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복지부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오늘 발표에서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을 논의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신설해서 민간 전문가로 구성한다고는 했는데요, 임명권자는 보건복지부 장관입니다. 그래서 독립성이 제대로 갖춰지겠느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또 국민연금은 탄소배출량이라든지, 급여, 고용, 협력업체 지원활동, 이사회 독립성, 관계사 거래 비중 같은 비재무적 요소도 매년 평가해서 스튜어드십 코드에 반영한다는 건데요, 결국 국민연금의 수익률 높이기보다는 사회적 가치에 기초한 국민연금의 기업 통제로 흐를 수도 있지 않느냐, 이런 관측이 나오는 겁니다. 

[앵커]
예, 장 부장,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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