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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폭염 속 왜가리의 모성

등록 2018.08.07 21:47

수정 2018.08.07 21:54

보름 전 캐나다 서부 빅토리아 앞바다에 무언가 솟아오릅니다. 입을 벌린 채 숨진 새끼 범고래입니다. 곧이어 물을 뿜어올리며 어미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태어난지 30분만에 죽은 새끼의 주검이 가라앉지 않도록 계속 물위로 밀어올립니다. 어미는 새끼를 코에 올려놓고 열흘 가까이 수백 킬로미터를 가는 슬픈 여행을 했습니다. 비통한 어미가 죽은 새끼를 놓아주지 않으려는 안간힘이 인간만큼이나 애틋합니다.

재작년 인천대공원 호숫가 잉어 석상에 머스코비 오리가 앉았습니다. 동전 던져 넣으라고 움푹 파낸 석상에 빗물이 고였고 알이 잠겨 있습니다. 오리는 부리로 알을 끌어내려고 애쓰지만 도로 내려가 버립니다. 하다 하다 안 되자 부리로 물을 머금어 마시거나 내뱉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물을 비워 보려는 모양입니다. 오리는 부화시키기 알맞은 이곳에 알을 낳았겠지만 간밤에 쏟아진 비에 잠겨버린 겁니다. 아무리 물을 머금어 내도 줄어들리 없고, 오리는 지치고 낙심한 듯 머리를 파묻었습니다.

일주일 전 울산 태화강변 대숲 꼭대기 둥지에서 새끼를 보살피는 왜가리가 철새관찰 CCTV에 잡혔습니다. 한낮 더위가 33도까지 치솟자 어미는 날개를 한껏 폅니다. 갓 부화한 새끼가 뜨거운 햇빛에 지칠까봐 그늘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힘이 부치면 잠시 날개를 접었다가 다시 펴기를 오후 내내 계속합니다. 어미는 움직이는 해를 따라 위치를 옮기기도 합니다. 새끼는 그늘진 어미 품에 편안히 안겨 폭염을 피합니다. 어미는 해가 넘어가자 비로소 날개를 접었습니다. 동물이지만 모성은 무조건 무한정한 우리 어머니들의 사랑을 닮았습니다.

오늘은 가을이 온다는 입추였습니다만 부산에 스무하루째, 서울에 열이레째 열대야가 이어지고도 끝날 기미가 안 보입니다. 이 밤 울산의 어미 왜가리를 떠올리시면 열대야의 짜증을 잊고 편히 주무실 수 있을듯 합니다. 8월 7일 앵커의 시선은 '폭염 속 왜가리의 모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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