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불안한 국민연금

등록 2018.08.10 21:47

수정 2018.08.10 21:52

'일흔이라면 허리는 불에 튀긴 새우꼴, 손가락은 갈퀴발, 손등은 기름기 뺀 가죽이 된다. 눈은 정기를 잃은 지 오래, 눈물만 지적지적하고 충혈된 눈동자는 눈곱 처치를 못한다.'

이무영이 1950년대에 쓴 소설 '사랑의 화첩'에서 묘사한 고희 노인의 평균적 모습입니다. 그로부터 불과 60년이 지난 지금, 병을 앓지 않는 한, 주변에서 이런 일흔 노인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기운과 의욕이 넘치는 신 노년 시대가 온 겁니다.

하지만 노년의 삶은 고 단하고 퍽퍽합니다. 최근 통계를 보면 고령층 셋 중 두 명이 평균 일흔두 살까지 일하기를 원했습니다. 열에 여섯 명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국민연금이 있긴 하지만 월평균 수령액이 57만원밖에 안 돼 용돈 연금이란 말도 민망하게 됐습니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연금 불입액을 인상하고 의무 불입기간도 늘리는 방향으로 국민연금을 개편한다고 합니다. 연금 기금이 바닥나는 시기를 5년 전 2060년으로 예측했던 게 2057년으로 3년 앞당겨졌기 때문입니다. 예순 살까지 내던 불입기간은 예순다섯 살까지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평균 퇴직 연령이 마흔아홉살인 현실에서 직장도 없이 불입액 전액을 15년씩 부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연금 받는 사람은 갈수록 늘어나고 붓는 사람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거라지만, 젊은 층일수록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은근히 불안해하는 게 사실입니다. 

연금 기금을 굴리는 운용 수익률이 1%대까지 떨어진 것도 걱정스럽습니다. 운용본부장이 1년 넘게 공석이고 인재들이 운용본부를 떠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미래가 달린 국민연금이 노년부터 청년까지 모든 세대가 걱정하고 불신하는 천덕꾸러기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8월 10일 앵커의 시선은 '불안한 국민연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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