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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이산가족 상봉 둘째날…"헤어질 생각에 가슴 울렁"

등록 2018.08.21 21:35

수정 2018.08.21 22:16

[앵커]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오늘은 호텔 객실에서 개별 상봉이 이뤄졌습니다. 첫날 눈물의 상봉에 이어 오붓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이제 내일 마지막 작별 상봉만 앞두고 있는데요. 아마 오늘밤은 흥분에 아쉬움에 그리고 안타까움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오늘의 포커스입니다.

 

[리포트]
"오늘 누구 만나러 오신 거예요?"

이금섬
"아들!" (아드님 얼굴은 기억이 나세요?) "안 나요. 네 살인데 어떻게 기억이 나"

아흔 두 살 노모는 칠십 넘은 아들을 금세 알아봤습니다.

이금섬
"상철아.. 상철이 맞아? 상철이 맞니?"

피난길에서 헤어진 지 67년 만에 이뤄진 모자상봉입니다. 엄마 없이 어떻게 자랐을까. 모자는 이것저것 묻고 또 묻습니다. 여든 여섯 살 조혜도 할머니도 구순이 다 된 언니를 부둥켜안고 오열했습니다.

조혜도
"나, 혜도야.. 언니.. 아이고, 언니.. 너무너무 감사하고 너무 고마워, 언니.. 너무 고생했지?"

고왔던 언니 얼굴엔 주름이 깊게 패였습니다. 유난히 예뻐했던 여동생을 만난 신재천 할아버지. 동생 금순이가 보고 싶을 때마다 노래를 불렀답니다.

신재천
"금순아 내가 '굳세어라 금순이'를 얼마나 불렀는지 아냐? 목이 터지도록 내가 불렀어"

하지만 막상 여동생과는 멀찍이 떨어져 앉아 계시는군요. 이유가 있었습니다.

신재천
"얘는 포옹하면 내가 눈물이 나와 또.. 내가 포옹을 안 하려고 그랬어. 근데 내가 얘를 또 만나면 또 울게 된단 말이야."

같이 산 세월보다 떨어져 지낸 세월이 몇 곱절 많은 터라 기억을 더듬는덴 사진 만한 것이 없겠죠.

김영석
"피난 갈 때 사진 하나도 못 가지고 가서.. 이런 게 없으니까.."

김혜자
"네가 가지고 있는 거랑 내가 가지고 있는 거랑 (사진이) 똑같다. 이거 봐라. 정말 기가 막힌다." "이게 나고 네가 여기 뱃속에 들어 있었을 거야. 아유~ 진짜"

상봉 이틀째. 가족들은 각 호텔 객실에서 오붓한 개별 상봉 시간을 가졌습니다. 점심엔 도시락이 배달됐습니다.

"식사 가져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아~ 점심!"

이산가족끼리 방에서 개별 식사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오후에 진행된 두번째 단체 상봉 땐 한층 더 가까워진 모습이었습니다.

김혜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가족들은 이제 내일 마지막 작별 상봉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조혜도
"(내일 가시는데 좀 아쉽진 않으세요?) 그 생각하면 가슴 울렁해서요. 그 생각 안 하려고 그래."

60년이 넘는 긴 헤어짐 끝에 이뤄진 3일간의 짧은 상봉. 속절 없이 지나간 세월도.. 쏜 살 같이 지나가는 만남의 순간도.. 참 무심하기만 합니다.

뉴스9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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