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고용 참사, 분배 참사

등록 2018.08.24 21:46

수정 2018.08.24 22:02

남해 어느 마을 자그마한 식당입니다. 벽에 국회의장, 장관, 외국 대사, 대기업 총수, 배우, 가수, 스포츠 스타가 남긴 서명이 즐비합니다. 점심때면 수십명씩 줄을 서고 바로 앞 면사무소 주차장이 외지에서 온 차로 붐빕니다. 10년 전만 해도 이 마을은 업소 대부분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문을 닫아 썰렁했습니다. 그러다 이 식당이 소문나면서 넘쳐나는 손님을 내려 받으려고 메뉴가 비슷한 식당들이 생겨났습니다. 카페 약국 병원이 들어오고 대형 마트까지 생겼습니다. 음식점 하나가 잘된 덕분에 온 마을이 살아난 겁니다.

위에서 흐르는 물이 넘쳐 바닥을 적시듯, 이런 현상을 낙수효과라고 합니다. 삼성전자같은 세계적 기업의 국가 경제 기여도를 말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지요. 조선업 불황으로 거제가, GM 공장 폐쇄로 군산이 휘청거리는 것도 낙수효과의 위력을 거꾸로 말해줍니다.

지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반대 개념인 분수효과에 가깝습니다. 분수대 물이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듯 서민, 저소득층의 일자리와 소득을 늘려 성장과 양극화 해소, 두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경제학계에서는 마차가 말을 끌 수 없는 것처럼 일자리가 성장을 견인할 수 없다는 게 다수론입니다. 먼저 경제가 성장해야 그 결실로 일자리가 생긴다는 얘깁니다. 우려한대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부른 심리적 위축감이 고용대란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어제 통계에서는 상위 소득과 하위 소득 사이 격차가 금융위기 이후 최악으로 집계됐습니다. 일자리와 분배 모두, 참사에 가까운 성적표가 나온 겁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경쟁력 있는 우량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는 이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습니다.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는 우리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은 주력산업 경쟁력 저하에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산업 경쟁력을 되살리고 미래산업을 키워 일자리와 소득을 늘리는 시장 친화적 정책으로의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오늘도 고장 난 녹음기처럼 정책 기조의 변화는 있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8월 24일 앵커의 시선은 '고용 참사, 분배 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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