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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고인 물, 한국 정치

등록 2018.09.03 21:51

수정 2018.09.03 21:56

백살 노인이 슬리퍼 바람으로 양로원 창문을 넘어 탈출합니다. 노인은 돈가방을 손에 넣었다가 갱 단에게 쫓깁니다. 천만부가 팔려 영화로도 나온 스웨덴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백살 노인의 모험을 유쾌한 허풍으로 풀어냅니다. 노인은 말합니다.

"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즐겨라. 우리에겐 내일이 온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얼마 전 보건사회연구원이 예순다섯살 이상 노인들에게 "몇 살이 넘어야 노인인지"물었습니다. 60%가 '일흔살 이상'이라고 했고 '일흔다섯 이상'이 15%, '여든 이상'도 12%나 됐습니다. 60대를 노인이라고 했다간 눈총을 맞는 세상입니다.

바른미래당을 끝으로 여야 4당 대표 인선이 마무리되자 우리 언론이 일제히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이미 10여년 전 정치무대 전면에 섰던 인물들이라는 얘기지요. 60대 중반에서 70대 초반인 4당 대표들에겐 당연히 달갑지 않은 호칭일 겁니다.

이해찬 대표는 "나이로 판단하지 말라"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 세대교체"라고 했습니다. 손학규 대표는 "개혁의지를 실천해 골드 보이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여야 모두 총선, 나아가 대선까지 생각해야 하는 시기에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대표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근본 문제는 우리 정치가 새 세대를 키울 의지도 체제도 없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 국회에서 마흔 살 미만 의원은 딱 세 명, 그나마 지역구는 한 명입니다. 영국 노동당은 마흔한살 블레어를 내세워 18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고, 보수당은 서른아홉살 캐머런을 당수로 세워 집권했습니다. 지금 유럽엔 30~40대 국가 지도자가 잇따라 등장해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도 변화에 목말라 있습니다. 정치에 미래가 안 보인다며 답답해하는 목소리를 정치인들은 남의 얘기처럼 흘려듣고 있습니다.

9월 3일 앵커의 시선은 '고인 물, 한국 정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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