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포커스] '강남에 살 필요 없다'는 말에 분노하는 이유

등록 2018.09.07 21:32

수정 2018.09.07 21:41

[앵커]
"모두가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 내가 살고 있어서 드리는 말씀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이 말에 대해 지금 화가 난 국민들이 많습니다. 패러디도 쏟아지고 있는데, 농담처럼 툭 던진 이 한마디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에 오늘의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리포트]
장하성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지난 5일)
"모든 국민들이 강남 가서 살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살아야 될 이유도 없고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고.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제가 지금 이렇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하하하하)

웃음이 오가며 나온 농담조의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들에겐 '강남에 살아보니 그렇게 좋지는 않더라'는 늬앙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김성태
"저도 야당 원내대표를 하기에 드리는 말씀이지만 장 하성 청와대 실장이 꼭 청와대 정책실장을 해야 할 이유 없는 것입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도 "모든 사람이 부자일 필요 없다. 내가 부자라 하는 말씀"이란 뜻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내가 먹어보니 별 거 없다. 먹지 마라."
"내가 꿈꿔보니 별 거 없다. 꿈꾸지 마라."

SNS에도 패러디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강남은 원래 1970년대만 해도 논밭이 전부인 허허벌판이었습니다.

"영동(강남)이 명동될 수 있잖아. 위에서 부채질만 잘 해주면"

극중 복부인이 던진 이 대사는 강남이 어떻게 발전하게 됐는지를 잘 말해줍니다. 당시 정부는 균형 개발이란 명분 아래 강북에 있던 명문고들을 강남으로 강제 이전했습니다. 이른바 '강남 8학군'의 시작입니다. 

한 사설 교육기관이 지난해 서울대 합격자 수를 조사해봤더니 강남 3구의 진학률이 1위와 2위, 4위를 차지했습니다. 게다가 주요 도로와 지하철 노선 등 각종 인프라까지 집중되다보니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구쳤습니다.

이러다 보니 서울 강남의 아파트는 언제나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지목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장 실장이 살고 있는 잠실의 모 아파트도 1년 사이 7억원이 올랐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강남 집값을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까지..

장하성
"예를 들면 세계 최고의 부자들이 모여 사는 맨하탄 한 가운데, 또는 LA 베버리 힐스라고 합니까? 거기 주택 가격을 왜 정부가 신경을 써야 됩니까?"

서울 강남 3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4억여원. 정규직 근로자 평균 연봉으로도 30년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도 부족한 돈입니다. 강남에 사는 것만으로도 선망의 대상이 되는 세상이지만.. 상당수 국민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게 바로 '강남 현상'입니다.

'살아봐서 안다'는 장 실장의 발언에 '안 살아봐도 안다'는 분노 섞인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뉴스9 포커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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