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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트럼프 공포증

등록 2018.09.07 21:45

수정 2018.09.07 21:50

"고르바초프, 이 문을 여시오! 고르바초프, 이 장벽을 허무시오…"

레이건 대통령이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에서 한 역사적 명연설 2년 뒤, 베를린장벽은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공산주의 몰락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할리우드 B급 배우였던 레이건은 그리 명석하지 않았습니다. 백악관 회의에서 어려운 정책 이야기가 나오면 이렇게 종이에 낙서를 하곤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참모들 폭로가 갈수록 태산입니다.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가 워싱턴 정가를 발칵 뒤집은 데 이어 이름을 밝히지 않은 고위 관료 누군가가 뉴욕타임스에 충격적인 글을 보냈습니다. 각료들이 트럼프를 퇴진시킬 궁리를 했다는 거지요.

트럼프의 지적 능력에 대한 폭로도 잇따르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레이건이 미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의 한 명으로 기억되는 것만 보더라도 대통령의 자질에서 지적 능력은 극히 일부분일 뿐입니다. 문제는 성격과 사람됨일겁니다.

뉴욕타임스 기고는 트럼프가 충동적이고 적대적이며 쩨쩨하다고 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아찔한 폭로도 있습니다. 트럼프가 한미 FTA 폐기 서명을 하려고 준비해 둔 서한을 참모가 발견하고 깜짝 놀라 없애버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트럼프는 이게 없어진 줄도 모르더라는 겁니다. 그만큼 충동적이고 즉흥적이라는 얘기입니다.

오늘은 트럼프가 한국에서 사드를 빼내 미국 서해안에 갖다 놓으려 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트럼프의 철학은 아메리카 퍼스트, 즉 미국 우선주입니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일들을 보면 그가 생각하는 미국의 이익이 과연 뭔지조차 혼란스러울 지경입니다. 트럼프의 손에 맡겨진 북한 비핵화의 미래도 그래서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시인 월터 휘트먼은 "미국이여, 네가 인류를 위해 저어 나가니, 나는 너를 위해 노 저으마"라고 예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을 이끄는 선장은 단순한 위험 요인이 아니라 공포의 대상이 돼가는 듯 합니다.

9월 7일 앵커의 시선은 '트럼프 공포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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