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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메르스의 악몽

등록 2018.09.10 21:51

수정 2018.09.10 22:02

3년 전 어느 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들이 위독한 할머니에게 남편의 편지를 읽어드렸습니다. "가난한 집에 시집와 살림 일으키고, 약한 아이들 훌륭하게 키우고, 못난 남편을 회사의 큰 책임자로 키워냈는데 가슴이 미어집니다" 흐느끼던 간호사들은 딸 편지를 읽으면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엄마 딸로 살아 행복했고, 다음 생에도 엄마와 딸로 만나요."

이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견돼 할머니를 간병하던 가족이 집에 갇히면서 편지로 한 임종이었습니다. 3년 전 메르스가 처음 상륙했을 때 정부부터 허둥댔습니다. 단적인 예가, 보건복지부와 학교 가정통신문이 알렸던 예방 지침입니다. "낙타와 접촉하지 말라, 멸균되지 않은 낙타 젖과 익히지 않은 낙타 고기를 먹지 말라."

지난 주말 쿠웨이트에서 귀국한 메르스 환자를 놓친 것도 정부 시스템이었습니다. 이 환자는 열흘간 설사를 해 치료받았다는 사실을 공항 검역소에 알렸고 휠체어도 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검역관은 열이 없다며 통과시켰습니다.

정부는 놓쳤어도 민간은 빨랐습니다. 환자는 공항에서 곧바로 삼성병원으로 가면서 중동 체류 사실을 알렸습니다. 삼성병원은 즉시 메르스 대응체제를 가동해 바이러스 차단, 당국 신고, 이송을 네 시간 만에 끝냈습니다.

만약에 환자가 집이나 동네 병원부터 갔다면 3년 전과 비슷한 사태로 번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삼성병원은 3년 전 메르스 확산 근거지로 지목돼 곤욕을 치른 것이 약이 됐습니다. 전염병 퇴치에 앞장서온 빌 게이츠는 "전염병 대처는 군대가 전쟁 대비하듯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쟁 게임이 아니라 '세균 게임' 시뮬레이션으로 (방역의) 구멍을 찾아내야…" 메르스는 추석까지 2주가 고비라고 합니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 1년 뒤 낸 백서에서 "책임감 있는 리더십이 없었다"고 반성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책임 있는 방역 리더십이 서 있는지 곧 판가름 날 겁니다.

9월 10일 앵커의 시선은 '메르스의 악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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