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작은 거인 마윈의 퇴진

등록 2018.09.11 21:45

수정 2018.09.11 21:53

영화 좀 보신다는 분들에게는 아주 유명한 장면이지요. '와호장룡'의 대숲 결투 장면입니다. 무협영화도 예술일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린 명장면입니다만, 이보다 앞서 무협소설을 중국의 대표적 대중문학으로 확립한 이가 진융, 우리에게 김용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작가입니다.

지금 중-장년치고 김용 무협소설 한권 읽지 않고 자란 사람이 드물 겁니다. 홍콩 일간지 밍바오를 창간해 주필로 일하면서 '영웅문'을 비롯한 무협소설 열다섯편을 썼습니다. 그런 진융을 각별히 존경하는 이가 세계적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입니다. 

"진융은 내게 셰익스피어 같은 존재입니다. 내 상상력의 원천입니다"

마윈은 진융 소설을 늘 곁에 두고 읽으며 머리를 청소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키 162cm에 몸무게 45kg, 별명이 ET입니다.

"아시다시피 (나는) 잘생기지도 않았고 든든한 배경도 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어 교사였던 그는 우리돈 8천만원으로 창업한지 19년 만에 알리바바를 시가총액 480조 거대기업으로 키웠습니다. 그 밑천이 무협소설 작가 진융의 상상력과, 영화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에게 배운 우직한 뚝심이라고 늘 말해왔습니다.

그 마윈이 어제 쉰네살 생일에 퇴진 계획을 밝혔습니다. 승계 준비를 착실히 한 뒤 내년 생일이자 창업 20년 기념일에 물러나 교육현장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습니다. 재단을 세워 낙후한 중국 의 시골 교육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그의 다음 꿈입니다.

그의 조기 퇴진이 중국 정부에 밉보인 탓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만,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쉰 네살에 은퇴해 자선 사업에만 몰두해 온 빌 게이츠가 간 길을 따르겠다고 말해왔습니다. 어느 누구도 영원히 회장을 맡을 순 없다며 핏줄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회장직을 물려준다고도 했습니다.

이제 마윈 회장은 생의 정점에서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돈이든 권력이든 명예든 , '아름다운 퇴진'을 본다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는 세태여서 마윈의 인생 2막이 더욱 기대됩니다.

9월 11일 앵커의 시선은 '작은 거인 마윈의 퇴진'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