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사다리 걷어차기

등록 2018.09.13 21:44

수정 2018.09.13 21:48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유명한 저서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선진국의 위선을 고발했습니다. 선진국은 개도국에게 공생공존하자며 자유무역을 요구하지만, 사실은 개도국이 선진국으로 올라서지 못하게 사다리를 걷어차는 거라고 했지요. 그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촌동생입니다.

"모든 국민들이 강남 가서… 살아야 될 이유도 없고,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고…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지난주 장하성 실장이 한 말은 농담조였습니다만 그래서 더 서민, 중산층의 가슴을 후벼 팠습니다. '나는 강남 살지만 여러분은 강남 올 생각 말라'는 식의 사다리 걷어차기로 들렸던 것이지요. 8.2 부동산대책 이후 장 실장의 아파트는 4억 5천만원이 올랐다고 합니다.

외환위기 이래 최악의 청년 실업률이 나온 어제, 청와대 대변인이 한 말도 청년들 가슴에 못을 박았습니다. 끝 모를 고용 추락이 "경제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 그러니까 성장통이라는 겁니다. 성장통은 유소년기에 키가 자라면서 다리에 느끼는 통증이지만 그리 심하지도 오래 가지도 않아서 병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그러나 이번 발언은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젊은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발언입니다. 그의 말처럼 참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시절이 올까요?

입이 하나, 귀가 둘인 것은 '제 말은 삼가고 남의 말에 귀 기울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정부 사람들은 자기 생각과 다른 말에는 귀를 닫아버리는 이른바 확증 편향에 빠진 듯합니다. 이쯤되면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건 아닌지 살펴보는 시늉이라도 하는게 목 터져라 외치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겁니다.

유소년기 다리에 생기는 골육종은 악성종양이지만 증세가 비슷한 성장통으로 잘못 알기 쉽다고 합니다. 지금 정부의 인식도 청년의 고통을, 으레 거치는 통과의례로 여기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거대한 좌절의 벽을 마주한 젊은이와 서민에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주는 것입니다.

9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사다리 걷어차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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