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일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평양 가는 재벌 총수들

등록 2018.09.17 21:52

수정 2018.09.17 22:03

'첫사랑은 일생토록 잊히지 않는 아름답고 고상하고 귀중한 것" 걸핏하면 막말을 퍼붓는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가 지난달 느닷없이 첫사랑을 찬미했습니다. 이유는 그 다음 문장에 나옵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현대와의 관계를 첫사랑이라고 불러주셨다"는 겁니다. 김정일이 2005년 현정은 현대 회장을 만나 했다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김정일이 '대용단을 내려 금강산 사업을 통째로 현대에 맡겼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음날 현정은 회장 방북을 앞두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재촉하면서 일종의 러브 콜을 띄운 것이지요.

남북 정상회담 특별 수행원에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비롯한 4대 그룹 대표가 포함된 것도, 북한이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물론 남북이 협의한 사안이겠습니다만 북측 요구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투자 결정권을 쥔 실질적 총수의 방북을 원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예전 방북 정상회담 때와 달리 지금은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재 해제의 전제조건인 비핵화가 이뤄질지, 설사 이뤄지더라도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지금 우리 기업이 할 수 있는 대북 사업은 거의 없습니다. 자칫하면 유엔의 제재 감시 명단에 오를 수도 있어서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수행입니다.

국내 상황을 봐도 재벌 총수의 동행이 그리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이 정부 들어 이런 저런 이유로 30대 기업 대부분이 수사를 받았고 총수 여럿이 구속되기도 했었지요. 이재용 삼성 부회장 역시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임종석 비서실장은 "재판은 재판이고 일은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이 과연 삼성이 선택한 일인지는 의문입니다. 정치가 기업의 일을 언급하는 것 역시 시대적 흐름과는 맞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반드시 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어떤 유혹이 있더라도 그 초심이 변함없이 지켜지기를 기대하겠습니다.

9월 17일 앵커의 시선은 '평양 가는 재벌 총수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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