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퓨마의 죽음

등록 2018.09.20 21:44

수정 2018.09.20 22:13

지난 2005년 황사가 서울 하늘을 뒤덮었던 어느 봄날, 코끼리 여섯 마리가 어린이대공원을 탈출했습니다. 온순한 아시아 코끼리였지만, 봄을 망친 황사에 짜증이 났던지 음식점을 습격해 난장판을 만들었습니다. 행인이 다치자 경찰은 사살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조련사들이 겨우 진정시키면서 싱숭생숭한 봄날, 코끼리들의 무단 외출소동은 다섯 시간 만에 끝이 났습니다.

2009년에는 늑대가 광릉 국립수목원 우리를 뛰쳐나왔습니다. 겁이 많아 수목원 숲을 맴돌며 자꾸 도망치는 바람에 마취 총으로 잡기가 어려워지자 결국 사살했습니다.

그제 서대전역에서 불과 3km 떨어진 동물원 우리를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에게 가엾다는 동정이 쏟아졌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총 쏜 사람을 처벌하라부터 전국의 동물원을 폐쇄하라는 요구까지 올라왔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퓨마' 검색이 '남북정상회담' 검색보다 다섯 배나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퓨마는 늑대와 멧돼지를 훨씬 능가하는 맹수입니다. 시속 80km로 달려 5미터 나무까지 뛰어 넘으며 사람을 공격합니다. 대전시가 긴급 재난문자를 보내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가 관여할 만도 했습니다.

퓨마 탈출은 10년 전 늑대 탈출과 빼 닮았습니다. 사육사가 청소하면서 닫지 않은 문으로 나왔고, 멀리 못 간 채 근처 숲을 배회했고, 마취총 생포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늑대 때는 볼 수 없었던 동정론이 드셉니다. 그 사이 동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겁니다.

학자들은 동물이 우리에 갇혀 구경거리가 되는 스트레스가 수명을 재촉하고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번 퓨마 논쟁은 과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만, 갇혀 사는 동물의 고통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우리의 인식이 바뀐 만큼 동물원 사육환경 개선과 관람객의 배려도 더 필요하겠습니다. 그래야 얼떨결에 도망 나왔다가 사살된 퓨마의 죽음이 진정으로 위로 받을 수 있을 겁니다.

9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퓨마의 죽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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