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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문재인-트럼프, 다섯 번째 만남

등록 2018.09.25 21:45

수정 2018.09.25 21:49

2천년대이래 최악의 한미정상회담은 아마도 2001년 김대중-부시 회담일 겁니다. 햇볕정책을 놓고 맞서면서 분위기가 싸늘했습니다. 부시는 김 대통령을 디스 맨, '이 양반' 쯤으로 지칭해 외교적 무례라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부시는 2003년 회담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을 이지 맨이라고 칭했습니다. 친근감의 표현이라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동시에 '만만한 상대'로 얕봤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그 속마음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디스 이즈 어 굿맨"이라고 했는데, 따져보면 부시가 '디스 맨'이라고 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오늘 다섯 번째 문재인-트럼프 회담은 훨씬 화기애애해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아주 좋은 친구'라고 불렀고, FTA 공동성명에 서명한 펜을 깜짝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평양의 남북정상회담과 문 대통령이 가져온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가 중간 선거를 앞둔 자신에게 도움이 될 거라 믿기 때문 일겁니다.

두번째 북미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에 대해 서둘러 언급한 것 역시 중간선거용이란 평가가 많습니다. 하지만 회담 후 두 나라의 발표를 보면 온도 차가 예상외로 큽니다. 청와대는 "종전선언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했지만 백악관 발표에는 아예 종전선언이란 말이 빠졌습니다. 김 위원장이 미국에 요구한 상응조치도 아직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인도적 대북 지원 역시 발표에는 없습니다. 대신 백악관은 강력한 대북 제재를 또 다시 강조했습니다.

겉모습만 보면 모든 일이 순조로운 것 같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따져보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 역시 냉정한 국제 정치의 현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겁니다. 아무리 그럴듯한 이벤트로 포장을 해도 한반도 문제의 핵심이 북한 비핵화라는 사실은 변치 않습니다.

언젠가는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올 거란 희망을 가지면서 고통스럽지만 다시 한번 그 핵심에 집중할 때인 것 같습니다. 9월 25일 앵커의 시선은 '문재인-트럼프, 다섯 번째 만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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