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저녁에 열린 '국군의 날' 행사

등록 2018.10.01 21:51

수정 2018.10.01 21:56

여수에서 뱃길로 두 시간 반 걸리는 거문도에 영국군 무덤 세 기가 있습니다. 1885년 영국 해군이 거문도를 점령하고 2년을 주둔했는데 그 때 숨진 수병의 묘지입니다. 이 무덤에 37년째 해마다 영국 대사나 무관이 찾아와 참배합니다. 비록 열강의 침탈 경쟁 속에 맺어진 인연이지만, 인근 중학교에 장학금도 주며 주민과 친해지려고 애씁니다. 130년 전 이역만리에서 순직한 군인을 잊지 않고 보살피는 모습에서 영국이라는 나라를 새삼 다시 보게 됩니다.

하와이에서 온 6.25 국군 유해 예순네 구를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성대하게 맞았습니다. 미국이 북한과 함께 발굴했던 미군 유해 중에 국군으로 판명된 유해입니다. 6.25 때 전사한 국군 중에 3만9천여명은 북한에, 만3천여명은 비무장지대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오늘까지 되찾은 유해는 번번이 미국을 통해 받은 아흔두 구가 전부입니다. 그나마 신원이 확인돼 가족 품으로 돌아간 유해는 다섯 구에 그쳤습니다.

남북은 지난달 평양에서 비무장지대 유해 발굴을 시범 추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2007년에도 합의한 적이 있지만 없던 일이 됐지요. 그래서 유해 발굴과 이산가족 상봉은 다른 남북관계와 떼어내 풀어야 할 인도적 과제입니다. 북한은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의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에 비난이 쏟아지자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어느 나라나 군대 창건일을 성대한 행사로 기념하는 것은 관례이며 상식'이라고… 그러면서 반문했습니다.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를 하지 말라고 하면 그만두겠는가'

그런데 오늘 70주년 국군의 날 행사는 시가행진 없이 저녁에 축하공연처럼 치러졌습니다. 물론 국군의 날이라고 해서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목숨으로 나라를 지킨 순국의 희생을 기리고 우리 땅은 우리가 지킨다는 의지를 충분히 보여준다면 오히려 더 의미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TV 시청하기 좋은 시간을 택해 야간으로 행사를 옮겼다는 청와대의 설명에는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습니다.

10월 1일 앵커의 시선은 '저녁에 열린 '국군의 날' 행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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