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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무릎 꿇은 일본의 양심

등록 2018.10.04 20:41

수정 2018.10.04 22:25

2차대전때 폴란드 바르샤바의 폐허에 숨어살던 유대인 피아니스트가 추위에 곱은 손가락으로 쇼팽을 연주합니다. 어두운 방을 서광처럼 히는 선율에 독일군 장교도 잠시 전쟁을 잊습니다.

영화 '피아니스트'의 배경은, 나치가 바르샤바 시내에 담장을 둘러쳐 유대인 40만명을 가뒀던 게토입니다. 유대인들은 무장 봉기로 대항했다가 만3천명이 사살되고 6만명이 가스실로 끌려갔습니다.

1970년 브란트 서독 총리가 겨울비를 맞으며 바르샤바 게토 봉기 위령탑 앞에 무릎 꿇었습니다. 끝없는 전쟁범죄 사과의 시작이었습니다. 1994년엔 헤어초크 대통령이 다시 게토 위령탑에 용서를 빌었습니다. 지금 메르켈 총리도 거듭 천명합니다. "독일인은 나치의 범죄에 영원한 책임이 있다"고…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가 어제 합천에 사는 원폭 피해자들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식민통치와 원폭의 이중 피해자인 여러분께 사과 드린다"며 일일이 손을 잡아 위로했습니다. 그는 3년 전에도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순국선열 추모비 앞에 무릎 꿇었습니다. 땡볕에 검정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으로 신발까지 벗고 꿇어앉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일본은 한국민이 이제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계속 사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메르켈의 영원한 책임론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가 일본 내에서 쏟아질 비난을 염두에 뒀다면 하기 쉽지 않은 말과 행동들입니다. 

48년 전 브란트 총리가 게토 위령탑에 참배하자 세계는 놀라고 감탄했습니다. "무릎 꿇은 것은 한 사람이었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다"는 찬사가 쏟아졌지요.

하토야마 전 총리의 사죄는 일본의 양식 있는 사람들 마음을 전한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아베 정권과 극단 세력이 더욱 답답할 뿐입니다. 10월 4일 앵커의 시선은 '무릎 꿇은 일본의 양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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