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우리글과 말의 힘

등록 2018.10.09 21:46

수정 2018.10.09 21:50

나무들이 새파란 하늘 아래 새하얀 옷을 입었습니다. 갑자기 기온이 곤두박질친 맑은 날 새벽, 하늘을 떠다니는 습기가 나무에 서리처럼 달라붙은 상고대입니다.

4년 전 이맘때 설악산에 첫 상고대가 내렸다는 소식을 언론이 일제히 전했습니다. 그러자 한 누리꾼이 "상고대는 일본말"이라고 타박하는 댓글을 달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습니다. 상고대가 몇백년 된 우 리말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그렇게 많았던 겁니다.

요즘엔 '나무 서리'라는 이름도 생겨났지만 제대로 알고 쓰는 이가 많지 않은 듯합니다. 유리잔처럼 말간 가을날, 호수는 은빛 물비늘, 윤슬로 빛납니다. 햇빛이나 달빛에 반짝이는 잔물결을 가리키는 순 우리말입니다. 수면에 이는 잔물결은 물이 벌이는 놀이, 물놀이라고도 합니다.

곱고 해맑은 우리 말, 쉽고 아름다운 우리 글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한글이 적힌 옷을 선보이고, 이름난 미국 가수가 음악 영상에 한글을 써넣었습니다.

얼마전 나온 미국 대학 조사를 보면 중국어 독일어 일본어를 비롯한 외국어 수강생은 5~16%씩 줄었지만 한국어만 유일하게 65%가 늘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글, 우리말은 바로 우리 곁에서 업신여김과 해코지를 당하고 있습니다. 학교 급식을 먹는 초-중-고등학생들 사이에 밑도 끝도 없이 번지는 정체불명 말투를 가리켜 급식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한글 비틀기가 아니라 아예 뜯어 헤치는 한글 해체에 이르렀습니다.

어느 시인은 "기분 좋은 우리말을 생각하고 소리내보자"고 했습니다.

"파랗다, 하얗다, 깨끗하다, 싱그럽다, 시원하다, 달콤하다, 아늑하다…" 우리 글, 우리말을 만져보고 깨물어보면 머릿속 가득 느낌표가 터집니다. 놀라운 생명력으로 살아 숨 쉽니다.

그런데 우리는 세상에 다시없는 보물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한글날입니다.

10월 9일 앵커의 시선은 '우리 글과 말의 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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