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일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평양의 교황

등록 2018.10.12 21:47

수정 2018.10.12 21:56

폴란드 바르샤바 중심부 광장에 사람들이 꽃을 바칩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79년 공산 치하의 고국 폴란드를 방문해 50만 군중과 미사를 올렸던 곳입니다. 바닥에 “성령이 땅을, 이 땅을 치유하고 새롭게 하라”고 새겨 있습니다. 교황은 성경 구절에 ‘이 땅’이라는 말을 보태 민주화의 열망을 심어줬습니다. “여러분은 인간이다. 존엄하다. 땅에 배를 깔고 기어다니지 말라”고 일깨웠습니다. 교황의 폴란드 방문은 동유럽 공산권 붕괴의 서곡으로 평가받습니다.

북한은 1991년 요한 바오로 2세를 초청하려고 태영호 전 공사를 포함한 추진팀을 구성했습니다. 교황청이 “신자를 바티칸에 데려오라”고 하자, 수소문 끝에 오래전 신자였던 할머니를 찾아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한번 마음에 들어오신 하느님은 절대 떠나지 않는다”며 감사기도를 올리는 걸 보고 초청계획을 접었다고 합니다. 종교의 힘에 두려움을 느낀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주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할 예정입니다. 교황청은 “초청장을 기다리고 있다”고만 할 뿐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 예배당은 평양 봉수교회와 장충성당 하나씩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선전용입니다.

태영호 전 공사는 “좋게 말하면 한국의 반정부 종교단체들과 교류하려는 의도였고, 나쁘게는 포섭하려는 속셈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가짜 교회에 진짜 신자가 생겼다고 합니다. 사상이 투철한 사람만 모았지만 아무리 아파도 꼬박꼬박 나오고, 밖에서 찬송 엿들으며 악보를 적는 음대생, 예배시간에 근처를 배회하는 사람도 늘었다는 겁니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교황의 평양 방문은 이뤄질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김 위원장은 북한에서 ‘살아 있는 신’입니다. 교황이 그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기도하는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10월 12일 앵커의 시선은 ‘평양의 교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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