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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프란치스코 슈퍼스타

등록 2018.10.19 21:54

4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우리 정부가 방탄차를 써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교황청의 답변이 의외였습니다.

"그러면 교황님은 한국에 안 가실 겁니다." 라고요.

교황은 전 세계 분쟁지역도 자주 방문하지만 방탄차는 물론 방탄조끼도 거부합니다. 총탄이 날아다니는 팔레스타인에 갔을 때도 그랬습니다. 교황은 거침 없는 파격, 두려움 없는 행보를 해왔습니다. 암살 위협을 무릅쓰고 마피아 본거지를 찾아가 파문하고, 얼굴이 혹으로 뒤덮인 희귀병 환자를 쓰다듬고 끌어안고 입도 맞춥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교황을 2013년 '올해의 인물'로 내세우며 '슈퍼스타'라고 불렀습니다. 그 이유는 '왕궁에서 거리로 나와 시대의 중심에 섰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교황이 북한에 갈 수 있다고 방북 의사를 밝힌 것도 파격입니다. 북한에는 종교의 자유도, 천주교 사제도 없습니다. 최악의 인권상황도 걸림돌입니다. 관례대로라면 방문할 여건이 안 되는 곳이지만 교황은 개의치 않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한국민에게 "평화를 향해 멈추지 말고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 격려가 더 힘있게 들렸습니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습니다. 4년 전 교황이 탄 비행기가 한국에 도착할 무렵이었지요. 북한이 동해로 로켓 다섯 발을 쏘아 올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한 발사 실험이었고, 외신들은 교황 방한에 맞춘 무력시위라고 했습니다. 그 김 위원장이 "교황이 오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북한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고립을 벗고 개혁 개방의 길을 가겠다는 분명한 의지와 비핵화의 진정성을 밝혀 화답하는 일일 겁니다.

교황은 "내 가슴과 머리에 항상 한반도가 있다"고 말해왔습니다. 휴전선 철조망으로 엮은 가시면류관을 방한 선물로 받고는 "분단의 고통을 이해했다"고 했습니다. 종교는 낮고 어두운 곳에 자리할 때 사랑의 힘을 떨칩니다. 교황이 북한 땅에 구원의 올리브 가지를 내밀어 희망과 믿음의 씨앗을 뿌려주길 기다려 보겠습니다.

10월 19일 앵커의 시선은 '프란치스코 슈퍼스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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