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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퍼스트맨'…슬픔이라는 주제 의식

등록 2018.10.22 18:37

수정 2018.10.23 14:37

[영화리뷰] '퍼스트맨'…슬픔이라는 주제 의식

[영화리뷰] '퍼스트맨'

'퍼스트맨'이 뚜껑을 열자 이번에도 평단의 찬사가 쏟아졌다. 데이미언 셔젤이 음악 이야기('위플래쉬')에서 사랑 이야기('라라랜드')로 옮겨 가더니, 급기야 우주 이야기까지 해 냈다는 식이다. 확실히 이 감독이 다루지 못하는 소재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소재의 변화무쌍함과 무관하게, 그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셔젤은 낭만적인 것의 낭만을 깨고, 환상적인 것의 환상을 부수는 데 능하다.

'퍼스트맨'은 우리가 생각해온 우주 탐사의 이미지를 박살낸다. 최첨단 우주선은 알고 보면 고철에 불과하고, 우주 비행사는 임무가 끝나면 교체되는 부품에 가깝다. 닐(라이언 고슬링)이 우주선에 오르기 위해 자신의 육체를 제련하는 모습은 피를 흘리면서까지 드럼 스틱을 놓지 못하는 '위플래쉬'의 앤드류(마일즈 텔러)와 닮아 있다. 과학이라는 매끈한 장막 뒤 현실이라는 진창. 셔젤은 그걸 부각시킨다.

영화는 그들이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배제했던 것들도 놓치지 않고 직시한다. 앤드류가 가차없는 이별 통보로 여자친구를 아프게 했듯, 닐은 결정적 순간을 피하려 함으로써 부인과 아들에게 상처를 준다. 우주 개발에 대한 맹목적 믿음과 열광은 필시 누군가의 소외를 낳는다. 영화 속 흑인과 빈민은 묻는다. '그럼에도 우주에 가야 하는가.'

여기까지만 해도, '퍼스트맨'은 이미 다른 우주 영화와 다르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의 진짜 성취가 슬픔이라는 정서를 '주제 의식'으로 끌어올린 데 있다고 생각한다. 셔젤은 딸을 잃은 닐의 슬픔을 전시하지 않지만, 관객은 영화 전반을 타고 흐르는 탱탱한 슬픔을 보고 만질 수 있다. 그가 이 슬픔을 기어이 놓아주는 건 마지막 장면에 가서다. 확실히 그는 슬픔을 운용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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