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가짜뉴스와 표현의 자유

등록 2018.10.24 21:45

수정 2018.10.24 21:52

1950년대 트루먼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당신 기사는 여덟 가지 궤양에 걸려 네 가지가 진행 중인 사람이 쓴 것 같다. 당신을 만나면 코를 부러뜨리겠다."

권력자에게 언론은 눈에 든 티끌, 소 등에 달라붙은 파리떼 같습니다. 기자들과 친했던 레이건, 오바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만큼 거칠게 언론을 공격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CNN은 가짜 뉴스입니다. CNN 질문은 안 받겠습니다. 존 로버츠(기자)나 폭스 같은 진짜 뉴스에서 질문해 봐요"

트럼프에게 가짜뉴스란 비판적 언론 보도에 붙이는 딱지입니다. 참다못해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3백쉰개 신문사가 "트럼프의 더러운 전쟁에 맞서자"며 초유의 공동 사설을 싣기에 이르렀지요.

가짜뉴스는, 사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조작한 뉴스를 가리킵니다. 민주주의의 적이자 사회공동체를 흔드는 교란범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치판에서 가짜뉴스 이야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연일 터져나오는 고용세습 비리만 해도, 여당은 "감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짜 뉴스를 중단하라"고 해왔습니다. 야당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공개도, NLL 남북 합의에 대한 문제 제기도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여당과 정부가 잇따라 가짜뉴스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여당 의원들이 구글코리아를 찾아가 비판적 동영상을 삭제하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허위조작정보 유통방지법을 만들겠다고 나섰습니다.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친정부 성향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도 우려 섞인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 가짜 뉴스고 아닌지, 기준부터 모호한 상황에서, 정부가 잣대를 정해 규제하고 처벌하겠다는 발상이 매우 위험하다는 겁니다.

어떤 정치인도 언론도, 틀린 문제 제기와 오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에 따른 책임도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라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만에 하나, 정당한 비판과 피치못할 오보까지 권력 입맛대로 싸잡아 처벌한다면 뼈아픈 말과 과감한 폭로를 누가 하려 들겠습니까? 가짜 뉴스와 권력에 불편한 뉴스가 혼용되고 있는 건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 볼 때인 것 같습니다.

10월 24일 앵커의 시선은 '가짜뉴스와 표현의 자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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