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가을비

등록 2018.10.26 21:44

수정 2018.10.26 21:51

비틀스의 고향, 영국 리버풀에 가면 거리 돌벤치에 여인의 동상이 앉아 있습니다. 남루한 옷차림의 여인은 곁에 날아온 참새에게 빵 조각을 건네며 외로움을 달랩니다. 여인은 비틀스 명곡 '엘리너 리그비'의 주인공입니다. 명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바흐, 브람스, 모차르트에 못지않다"고 예찬했던 바로 그 노래지요. 비틀스는 쓸쓸하게 세상을 떠난 리버풀 어느 여인, 엘리너 리그비를 위로하며 노래합니다. "세상 모든 외로운 사람들은 다들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오늘 한나절 가을비 뿌리더니 천지가 별안간 스산해졌습니다. 이 쓸쓸함과 외로움은 하늘에서 비를 타고 내려오는 것일까요. 신산하기만 한 우리네 삶이 서러워지며 따끈한 모과차 한 잔이 생각나는 밤입니다.

누군가 "가을은 여름이 타다 남은 재"라고 했습니다. 지난 여름 혹독하던 폭염이 물러가자마자 올 가을은 유난히 서둘러 찾아왔습니다. 그러더니 벌써 떠날 차비를 하는군요. 이제 하루 이틀 더 비 오고 나면 초겨울 추위가 밀려온다고 합니다. 문득 왔다 쏜살같이 달아나는 가을의 옷자락을 잡으러 이번 주말 나들이라도 가시는 게 어떨지요. 창덕궁 후원, 한강 선유도공원, 양재동 시민의 숲, 인천대공원 느티나무길, 광릉 국립수목원… 굳이 먼 길 나서지 않아도 서울 안팎 여기저기에 단풍이 무르익었습니다.

미당 서정주는 절창 '푸르른 날'에서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든다"고 노래했습니다. 가을에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고 했습니다. 봄이 오고, 가을이 가고, 다시 겨울이 오고… 그렇게 삶도 사랑도 언젠가는 스러지겠지요. 그러기에 살아 있는 오늘, 오늘이 소중합니다. 비 오고 바람 부는 가을 끝자락에도 그리운 이를 그리워하며 외로움을 뿌리쳐 봐야겠습니다.

10월 26일 앵커의 시선은 '가을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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