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소비자뉴스9

[CSI] "국립공원 가는데 왜 사찰이 돈 받습니까?"

등록 2018.10.29 21:34

수정 2018.10.29 21:45

[앵커]
요즘, 단풍철이라 등산 즐기러 가는 분들 많으실텐데, 주요 산 입구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걸,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11년 전에 폐지됐지만, 내부에 있는 일부 사찰에서 등산객들에게 입장료을 받기 때문인데요. 부당한건지, 정당한건지 김하림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설악산 국립공원에 북적이는 나들이객. 그런데 등산로 입구가 소란스럽습니다.

등산객
"돈을 낼 필요가 없는데 나는 절 보러 안왔는데 아 됐어. 가가 머리 아파."

인근 신흥사가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기 때문인데...

매표소 직원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됐는데 왜 받는거예요?)" 수십년 전에 폐지됐죠. 같이 받던 거 하나가 남아있는 거예요. 문화재 보호구역 입장료"

문화재 소유주는 법에 따라 관람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흥사 측은 절에서 1km 떨어진 등산로 입구에서부터 관람료를 징수하고, 이 때문에 절에 안 가는 등산객까지 모두 '입장료'를 냅니다.

임양화, 김복순 / 충남 천안
"절은 안 가봤는데?"
(등산만 하셨어요?) "네 절이 어딘지도 모르는데요 우리는."

더욱이 관람료는 현금으로만 받습니다. 

(카드 안 됩니다.) "아니 왜 신용카드가 안되지. 국가에서 하는게 왜 카드도 안 받어."

이번엔 지리산 노고단으로 가는 지방도로. 한 남성이 차를 세우더니 통행료를 요구합니다.

(몇 명이세요?) "3명이요."
(4천백 원이요.) "안 내면 못 들어가는 거예요?"
(질문이 잘못된거죠.)

역시 근처 천은사가 관람료를 징수합니다.

등산객
"우리는 절에 안 가는데요? 절에 안 가는데 왜 돈을 받아?"

매표소에서 올라오다 보면 1분도 안 걸려 돈을 받은 사찰이 나오는데요, 하지만 이 도로를 지나가는 차들이 대부분이고, 사찰 안으로 들어가는 차들은 거의 없습니다.

해당 도로는 전남 구례 쪽에서 노고단 성삼재로 가는 지름길. 다른 길로 가면 92km, 1시간 넘게 돌아가야 합니다.

등산객
"지나가는데도 돈받습니까? (공원문화재로 지정된 곳이에요.) 에이 XX 다음엔 안와."

천은사는 통행료 시비로 2년간 경찰에 신고된 건만 100여건이 넘고... 부당 통행료 징수로 소송이 벌어져 패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통행료를 받습니다.

사찰 관계자
"(국가가) 강제로 도로를 낸 거예요. 남 사유지에다가 절 입장에서는 보상 안해주고 억울하니까 받을 수 밖에 없죠."

전국 국립공원에서 문화재 관람료 명목으로 '입장료'를 받는 사찰은 25곳.

매표소 직원
(3천원, 5명에 만5천원.)
"2만원이요."
(문화재비예요?)
"입장료는 월정사로 가고 주차료는 국립공원으로"

2013년 대법원은 관광객들이 한 사찰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문화재 관람을 원치 않는 관광객에게 강제로 요금을 부과하는 건 부당하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서희원 / 소송 담당 변호사
"객관적으로 관람하는 것과 같은 행위가 있어야 되지, 도로를 지나가는 사람은 관람자가 아니다, 라고 판결..."

청와대 게시판 등에도 불만 여론이 끊이지 않지만 관계부처는 여전히 팔짱만 낀 상황이고..

국립공원관리공단
"징수 위치 조정하는 것 때문에 계속 얘기가 있었는데 해결이 안되고 있는거죠."
(진전이 없나요?)"없습니다."

문화재청
"계속 협의는 하고 있습니다. 조계종 쪽에다."

사찰이 소속된 조계종은 입장료 폐지는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조계종
"(내부적으로)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논의하고 있고요, 다만 인식차가 굉장히 큰거거든요. 저희 입장이 달라진게 현재는 없어요."

정부와 조계종이 10년 넘게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소비자는 계속 원치 않는 부담을 지고,

이숙연 / 경기 고양
(국립공원 입장료는 폐지됐거든요.) "언제부터요?"
(2007년부터요.) "근데 여긴 왜 받죠?"

인근 주민 불만도 쌓여갑니다.

김진석 / 전남 구례
"그런 것 때문에 안 온다는 사람이 태반이에요. 활성화가 안되지. 관광사업 같은 것도."

전문가들은 입장료 징수 규제가 힘들면 우회도로 설치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소비자탐사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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