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사이판 태풍이 남긴 것들

등록 2018.10.29 21:50

수정 2018.10.29 21:54

얼마전 우리 히말라야 원정대가 기상 재해로 숨지자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사망자들 장례에 세금을 쓰지 못하게 해달라" 인터넷에서는 "세금을 쓴다면 나중에 구상권을 청구하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모든 비용을 유족과 산악인들이 내기로 했기에 애초부터 세금 쓸 일이 없었습니다. 참극을 전하는 기사들에도 조롱 섞인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자기가 좋아서 취미를 즐기다 죽었는데 명복을 빌 이유가 없다"거나 "무모하게 위험한 데 갔다가 잘됐다"는 식이었지요.

김창호 대장과 대원들은 끝없는 도전으로 세계 등반역사를 새로 써왔습니다. 한국을 빛내는 다른 스포츠-대중문화 스타들처럼 애정과 존경을 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태풍으로 사이판에 갇혔던 우리 여행객들이 오늘까지 거의 모두 돌아왔습니다. 일부는 우리 군 수송기를 타고 가까운 괌으로 빠져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청와대 청원 게시판과 언론 기사들에 날 선 글이 많이 달렸습니다. "자기가 선택해 놀러 갔으니까 자기가 책임져야지, 수송기 관광까지 시켜주느냐" "관광객 수송에 들어간 세금을 돌려받아라…" 이런 댓글마다 공감 수천 수만개가 달려 비공감을 압도했습니다.

사이판 여행객을 "외화 낭비하는 부유층" 쯤으로 보는 글도 적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직도 대다수의 서민들에게 해외여행이란 큰 맘 먹어야 갈 수 있는 꽤 부담스런 여행이긴 합니다. 하지만 외국에서 곤경에 빠진 국민을 무사히 데려오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일 겁니다. 정부가 만약 이 일을 게을리 했다면 또 어떤 비판이 쏟아졌을까요?

세상살이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탓일까요? 생각의 차이, 사회적 형편의 차이에 따라 편을 갈라 서로에게 손가락질 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가고 있습니다. 공감과 배려는 간 곳 없고 도처에 성난 얼굴들만 보이는 것 같아 만추의 스산함이 더 깊게 느껴집니다. 10월 29일 앵커의 시선은 '사이판 태풍이 남긴 것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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