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뉴스9

대법 "부부 자살 부른 '성폭행 무죄' 판결은 잘못…性 감수성 결여"

등록 2018.10.31 21:20

수정 2018.10.31 21:29

[앵커]
올해 초, 30대 부부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유서엔 아내를 성폭행한 가해자가 무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 억울함과 분노가 쓰여있었습니다. 대법원이 오늘, 이 사건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다시 재판하라고 돌려보냈습니다.

박경준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3월 전북 무주의 한 캠핑장에서 유서를 남기고 숨진 30대 이 모 씨 부부. 이들이 남긴 유서엔 "죽어서라도 꼭 복수하겠다"며 남편 친구였던 박 모 씨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가득했습니다.

박씨는 친구가 해외출장을 떠난 틈을 타, 친구의 아내인 이씨를 불러내 가족을 해칠 것처럼 위협한 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성폭행 혐의가 인정되지 않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겁니다.

하지만, 부부가 숨진 지 두달 만에 열린 2심 선고결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2심 재판부 모두 이들이 모텔에 향하는 CCTV 장면이 겁을 먹은 것으로 보이지 않고, 남편에게 즉각 피해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성폭행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CCTV 속 두 사람이 다정한 연인으로도 보이지 않는다며, "원심이 성폭행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등 ‘성인지 감수성’을 결여한 것이라는 의심된다"며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이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 대원칙보다, 성폭행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셈이어서 향후 유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TV조선 박경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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