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금배지의 무게

등록 2018.11.02 21:44

수정 2018.11.02 21:48

아직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20년 전 얘깁니다. IMF 외환위기가 닥치자 온 국민이 나서 금 모으기 운동을 벌였습니다.

이 때 한 PC통신 토론방에 '국회의원 금배지를 녹이자'라는 주제의 방이 생겼습니다. 11대 국회, 그러니까 1981년부터는 순금이 아닌 금 도금을 한 배지였으니까 사실 금 모으기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었습니다만, 정치권도 외환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있으니 각성하라는 성토이자 정치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이었던 겁니다.

그제 밤 한 국회의원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즉각 죄송하고 용서를 구한다면서 사과했고 당직에서도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이른바 '윤창호법'을 발의한 의원이었기때문이었습니다. 법안 발의 당시 "음주 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던 터라 국민들의 실망감이 더욱 컸던 듯 합니다.

이 의원에게 아들의 불행한 사고를 위안 받았던 윤창호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깨어나 이 소식을 들으면 크게 실망할 것 같다"며 허탈해 했습니다. 윤창호씨 역시 이용주 의원처럼 검사와 국회의원을 꿈 꾼 대한민국 청년이었습니다.

정치철학자인 '막스베버'는 좋은 정치인의 덕목으로 무엇보다 책임감을 강조했습니다. 정치인은 자신의 결정과 행위가 불러올 결과를 직접 책임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치에서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는 정치인을 찾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필요에 따라 정계 은퇴와 복귀를 반복하는 것도 이제는 큰 흠으로 보지 않는 분위깁니다.

얼마 전에는 미투 의혹이 일자 의원 사퇴를 약속했던 한 정치인이 얼마 뒤 슬그머니 다시 돌아온 일도 있었지요.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일명 '금배지'의 무게는 6.5그램에 불과하지만, 국민의 대표로서 갖는 책임감의 무게는 무한대라고 봐야 할 겁니다.

그런데 정치인의 입이 이렇게 갈수록 가벼워 진다면 그들이 만드는 법은 누가 지키려 하겠습니까?

11월 2일 앵커의 시선은 '금배지의 무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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