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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별 중에 별, 신성일

등록 2018.11.05 21:51

수정 2018.11.05 21:59

말단 조폭 신성일과 외교관 딸 엄앵란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나고 둘의 장례행렬이 엇갈립니다. 트위스트 김이 신성일의 주검을 손수레에 싣고 눈밭을 가다, 거적데기 아래로 삐져나온 맨발에 자기 신발을 신겨줍니다. 1964년 나온 '맨발의 청춘' 마지막 장면입니다. 고독한 반항아 신성일은 짧은 스포츠 머리에 가죽점퍼와 청바지 차림으로 일약 청춘 스타가 됐습니다. 엄앵란과 부부로 맺어진 것도 이 영화를 찍은 뒤였지요. 신성일은 경상도 억양이 드셌지만 영화에선 늘 달콤한 목소리였습니다.

"경아, 오랜만에 누워보는군…" "행복해요"

전설적인 성우 이창환과 이강식이 대신 녹음해준 덕분입니다. 영화산업이 막 피어나던 시대, 스타를 찾던 대중의 갈망은 반항적 미남자 신성일에게 쏠렸습니다. 7천cc 엔진을 얹은 빨간 스포츠카, 포드 머스탱은 50년 전 그가 어떤 스타였는지 잘 보여줍니다. 그는 머스탱을 몰고 막 개통한 경부고속도로를 질주해 박정희 대통령 행렬까지 추월했습니다. 놀란 박 대통령이 '신성일'이라는 보고를 받고 "오래 살려면 조심해 다녀라"고 했다는 일화가 전해옵니다.

그는 끊임없이 염문을 뿌렸지만 바람둥이보다 로맨티스트로 불리기를 원했습니다. 사랑에서 늘 영감과 에너지를 얻는다고도 했습니다. 국회의원으로 정치 외도를 하고 나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치하려면 양심이 두 개 있어야겠더라. 불가능한 일도 약속해야 표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치사하고 비겁한 것 싫어하는 성미에 안 맞더라…"

작년 부산영화제에 청바지 입고 등장한 그는 "딴따라 소리 들으려고 영화 한 것 아니다. 평생 영화인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았다"고 했습니다. 병상에서도 영화 찍을 생각뿐이었다고 합니다. 한국 영화사상 가장 밝게 빛났던 별, 신성일이 별들의 고향, 하늘로 돌아갔습니다. 평생 반려자 엄앵란씨의 한 마디에 그의 모든 것이 담겼습니다.

"신성일은 천생 배우였다…"

11월 5일 앵커의 시선은 '별 중에 별, 신성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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