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독식 노인

등록 2018.11.06 21:43

수정 2018.11.06 21:53

"배고프면 집집마다 쌀을 빌려 먹고 시름에 겨우면 여기저기 술을 얻어 마시네."

두보는 시성으로 불릴 만큼 위대한 시인이었지만 말년이 쓸쓸했습니다. 작은 배에 살며 홀로 2년을 떠돌았습니다. 그는 모처럼 얻은 쇠고기를 급히 먹다 체해 쉰 아홉살에 숨졌습니다. 천하의 시성이 어두운 배 안에서 허겁지겁 쇠고기를 먹는 마지막 모습을 상상해 보시지요.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요?

파고다공원 뒤 순댓국 집에서 노인이 혼자 국밥을 듭니다.

"이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 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예순다섯살 이상 노인 네 분 중 한 분은 1년에 단 한끼도 가족과 함께 먹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혼자 하는 식사, 이른바 혼밥이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라곤 해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칩니다. 더욱이 홀로 밥 먹는 노인은 우울증 위험과 자살 충동이 30퍼센트 이상 높았습니다. 

가족은 밥상 공동체입니다. 대가족 시절 노인은 가장 아들과 함께 겸상을 따로 받는 집안 어른이었지요. 그 밥상에 가장 좋은 음식을 제일 먼저 올렸습니다. 지금 장 노년층이라면 어릴 적 윗목 소박한 밥상에 앉아 할아버지의 상에만 오른 고기반찬을 부럽게 힐끗거리던 기 억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파고다공원 싼 순댓국이라도 사 드실 노인이면 형편이 괜찮다고 하는 세상입니다.

먹을 식, 입 구. 식구는 한집에 살며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밥을 함께 먹는 것이 가족입니다. 가족이 흩어져 살수록 함께 둘러앉아 대화하고 교감하는 밥상머리가 절실합니다. 노인이 원하는 것은 배부른 한끼가 아니라, 밥 냄새처럼 구수하고 따스한 정일 겁니다.

11월 6일 앵커의 시선은 '독식 노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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