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남미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미국 중간선거, 그 이후

등록 2018.11.08 21:44

수정 2018.11.08 21:49

"내가 경찰들을 죽였다… 후회하지 않는다. 곧 탈옥해서 더 죽이겠다…"

멕시코 출신 살인범이 법정에서 웃으며 말합니다. '민주당이 그를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했다'는 자막이 뜨고, 중미 난민행렬의 폭력적 장면이 이어집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만든 중간선거용 정치 광곱니다. 하지만 이 광고는 TV 전파를 거의 타지 못했습니다.

친트럼프 매체 폭스뉴스조차 공포와 증오를 부추기는 인종차별 광고라며 퇴짜를 놨습니다. 선거 앞두고 오바마와 힐러리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자들에게 소포 폭탄이 배달된 것도 초유의 일입니다. 범인은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였습니다.

중간선거 투표율이 49%로, 5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을 두고도 미국 언론은 그리 달가운 기색이 아닙니다. 트럼프 진영이 국민을 편가르는 이른바 '공포와 분열의 전략'을 편 것이 도리어 반트럼프 진영의 결집력까지 키운 결과라는 겁니다.

분노한 여성, 젊은 층, 유색인이 투표장으로 달려 나온 것이 민주당의 하원 탈환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의 응집력도 만만찮아서 상원을 지키는 절반의 승리를 일궈냈습니다.

지난여름 한껏 치솟았던 반 트럼프 정서를 생각하면 예상을 넘어 선전한 셈이고,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칠 정돕니다. 그래서인지 하원을 내주고도 트럼프 대통령의 기세는 전혀 꺾이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스캔들 특검과 관련해 법무장관을 트위터로 해임하고, 민주당을 향해서는 "나를 파헤치려 한다면 전투 태세로 맞서겠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시인 칼 샌드버그는 "미국은 건전한 정신의 균형과 넉넉한 지혜, 샘솟는 활력으로 늘 새롭게 나아갔다"고 찬미했습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미국인들이 절묘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미국 사회의 분열과 대립은 더 깊어진 듯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패배자는 '건전한 미국 정신'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1월 8일 앵커의 시선은 '미국 중간선거, 그 이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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