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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북한 송이와 제주 귤

등록 2018.11.12 21:52

수정 2018.11.12 22:08

휴전 후 첫 남북 물자교류는 홍수가 중부지방을 덮친 1984년 이뤄졌습니다. 북한이 정치선전 삼아 구호품을 보내주겠다고 하자 우리 정부가 대뜸 받아들인 겁니다. 다섯배로 벌어진 남북 경제력 격차의 자신감에서 나온 역발상이었지요. 북한은 당황했고, 서둘러 구호물자를 마련하느라 주민들이 고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보내온 쌀에서 군내가 나, 밥 대신 떡을 해먹느라 방앗간이 붐볐습니다. 약은 1960년대식 항생제 위주였고, 꽃무늬 천은 기념품처럼 나눠 갖기도 했습니다. 우리 측은 답례품으로 라디오 손목시계 양복지 운동화 같은 선물가방 8백쉰개를 보냈습니다.

지난 평양 정상회담 때 북한 선물 송이 2톤에 대한 답례로 정부가 제주 귤 2백톤을 보냈습니다. 선물교환이야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때가 때여서 정치적 해석이 따르고 있습니다. 북미협상이 꼬이면서 늦춰지는 김정은 위원장 답방의 불씨를 지피고, 북미협상의 전환점을 찾아보려 한다는 분석입니다.

제주도민은 1998년부터 천안함 폭침 전까지 귤 4만8천톤을 북한에 지원했습니다. 북한 병원과 탁아소에서는 비타민C 영양제로 여길만큼 환영 받았다고 합니다. 반면 북한의 송이에는 주민의 피땀이 어려 있습니다. 2000년 평양 정상회담을 앞두고 칠보산 송이 채취에 동원됐던 탈북민은 피란민처럼 계곡에서 자고 새벽이면 송이 찾아 헤매기를 일주일 계속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고도 할당량을 못 채워 자기 돈으로 채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렇듯 북녘 땅에서 넘어오는 것에는 주민의 아픔이 배어 있지 않은 것이 드뭅니다.

이번에 우리 정부가 귤을 보낸 건 무엇보다 남북 관계 개선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입니다만, 시기가 적절한 것인가는 논란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북한 주민들에게까지 제주 귤이 고루 돌아가 비타민C라도 보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1월 12일 앵커의 시선은 '북한 송이와 제주 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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