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학교 시험의 악몽

등록 2018.11.13 21:44

수정 2018.11.13 22:02

나이 들어서도 흔히 꾸는 악몽이 있습니다. 남자들은 군대에 다시 가는 꿈입니다. 제대한지가 언젠데 입영통지서가 날아듭니다. 항의하고 사정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훈련소에서 헤매다 겨우 잠이 깹니다.

여자들은 시험 보는 악몽을 자주 꾼다고 합니다. 시험장에 지각해 뛰고, 답안을 반도 못 썼는데 종이 울립니다. 깨알같이 써온 커닝 쪽지를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시험 강박증이란 그렇게나 깊은 것이어서, 학창시절 시험지나 정답을 미리 보는 공상 한번 안 해본 분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의혹은 공상이 아니라 현실이었던 모양입니다. 교사 아버지와 쌍둥이 딸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만, 경찰이 제시한 여러 정황만으로도 내신 신뢰는 또 한번 추락했습니다. 누구보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받은 충격과 상처가 컸을 겁니다. 내신 부정은 시험지 빼돌리기뿐 아니라, 점수 올려주기, 생활기록부와 수행평가 조작까지 다양하게 반복돼 왔습니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교육 현장의 죄의식 불감증, 수단을 가리지 않는 성적 지상주의가 학교 교육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겁니다. 거기에다 이번엔 아버지의 빗나간 부성이 끼어들었습니다.

어느 대학교수 시인이 천사 같은 딸을 실없이 놀리며 행복에 겨워합니다. "모의고사를 열 문제나 틀리고도 행복하기만 한 강남구에서 제일 예쁜 내 딸아…" 아버지의 딸 사랑은 애틋한 데가 있습니다만, 숙명여고 사건에서는 딸까지 위기로 몰아넣고 말았습니다. 

1960년대 인천 어느 명문고 교장선생님은 감독 없는 시험을 밀어붙여 학교 전통으로 세웠습니다. 학년말에 낙제생이 나오자 "부정의 유혹을 뿌리친 너희들이 우리 학교의 양심"이라고 말해 모두가 끌어안고 울었다고 합니다. 이제 이런 학교는 다시 볼 수 없는 것일까요.

11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학교 시험의 악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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