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일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백두칭송위원회

등록 2018.11.15 21:44

수정 2018.11.15 21:54

1959년 미국에 간 흐루쇼프 소련 서기장의 차에 토마토가 날아들었습니다. 이 일로 디즈니랜드 방문이 취소되자 흐루쇼프는 할리우드 스타들을 만난 자리에서 어린애처럼 짜증을 냈습니다. "디즈니랜드에 가고 싶은데 어째야 되느냐, 자살이라도 해야 하느냐"고 했습니다.

토마토 사건이 말해주듯, 그의 방문을 앞뒀을 때부터 미국 내 여론은 좋지 않았습니다. 한 상원의원은 "히틀러를 초청하는 것과 같다"고 했고 저명 언론인은 "헝가리혁명을 탱크로 깔아뭉개 피를 묻힌 장본인을 불러들일 수 없다"고 썼습니다.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흐루쇼프는 쿠바 미사일 위기로 세계를 핵전쟁 공포에 몰아넣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늦춰지는 가운데 '서울시민 환영단'이라는 단체가 김 위원장 환영 플래카드를 서울 도심 곳곳에 내걸었습니다. '서울시민 환영'이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한반도기를 흔들었습니다. 지난주엔 열세 개 단체가 광화문에서 백두칭송위원회를 결성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들고 나오는 것과 비슷한 조화 다발을 흔들며 '김정은'을 연호해 여기가 서울 맞는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이 위원회 대표는 "전 국민적 환영 분위기를 조성해 역사적인 김 위원장 방문을 자주통일의 일대 사변으로 만들자"고 했습니다. 휴일 도심에서 연설대회와 예술공연도 연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 답방은, 비핵화를 향해 남북이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일일 수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면 성숙한 자세로 받아들이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김 위원장의 혈통을 받드는 듯한 '백두 칭송'을 자처하며 평양 거리처럼 꽃을 흔드는 것이 국민 정서에 맞을 리 없습니다. 국민적 환영 분위기는커녕 양식 있는 국민 대다수의 반감만 키울 뿐입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는 존중 받아야겠지만 이건 오히려 남북관계개선에 방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분명한 건 김 위원장 답방이 북한의 무력 도발과 인권 상황에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11월 15일 앵커의 시선은 '백두칭송위원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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