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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한미가 타는 2인용 자전거

등록 2018.11.22 21:44

수정 2018.11.22 21:50

한국 이름 심은경으로 더 친숙했던 캐슬린 스티븐스 전 미국대사는 3년 재임하면서 전국을 자전거로 누볐습니다. 시골 장터에서 부침개에 막걸리를 곁들이고, 아리랑에 맞춰 어깨춤을 췄습니다. 청년에서 노인까지 두루 만나고 대화했습니다. 그는 자전거 여행이 한국을 가장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했지요.

그는 한미관계도 자전거에 비유하곤 했습니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불쑥 돌부리가 나타나기도 하고, 가파른 언덕길도 만난다. 그럴수록 페달을 멈추지 말아야 하듯, 한미관계도 서로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쓰러진다."

어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한미가 서로 딴소리를 하거나 한쪽이 모르는 상태에서 독자적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요즘 한미관계를 2인용 자전거에 비유했습니다.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증진은) 2인용 자전거처럼 나란히 함께 나아가는 중요한 병행 과정…"

한미가 2인용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한국이 자꾸 다른 쪽으로 가려고만 한다는 얘깁니다. 비유 자체는 부드럽습니다만 속에 든 뼈가 느껴집니다. 한국이 미국과 조율하지 않은 채 남북협력에만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경고인 셈입니다.

2인용 자전거를 타면 따로 갈 때보다 수시로 긴밀하게 소통하며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먼 길을 갈 때면 따로 타는 것보다 속도도 더 빨라집니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나아갈 수 없습니다. 배려하고 공감하고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페달을 밟아야 합니다. 멀리 가려면 둘이 가라는 속담도 있듯, 비핵화의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한반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에 '최선을 다하되 최악에 대비하라'는 영어 속담이 한미관계에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두 나라가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목표와 방향, 속도를 일치시켜 한 목소리를 낼 때, 북한의 오판과 시간 끌기를 막을 수 있습니다.

11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한미가 타는 2인용 자전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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