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나눔으로 행복한 세상

등록 2018.11.23 21:48

수정 2018.11.23 22:00

보름 전 세상을 뜬 영화음악가 프랑시스 레이의 '눈 장난'이 흐르고, 하버드대 교정에 펑펑 눈이 쏟아집니다. 두 연인이 드러누운 채 팔다리를 저어 눈밭에 천사의 형상을 남깁니다. 명문가 하버드대생과 가난한 여대생의 사랑 이야기 '러브 스토리'의 명장면이지요. 영화에는 남자 주인공의 증조부가 하버드대에 지어준 건물 '배리트 홀'이 등장합니다.

그렇듯 미국 대학에는 기부자 이름을 붙인 건물이 많습니다. 하버드대 옛 도서관 '고어 홀'만 해도 하버드대를 나온 앨 고어 전 부통령의 19세기 선조가 세웠습니다. 미국에서는 대학에 기여한 부잣집 자녀를 우대해 입학시키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습니다.

억만장자인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모교 존스홉킨스대에 2조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부유층에게 관대한 입학 관행을 비판했습니다. "중하위층 지원자들의 입학은 거절당하고, 그 자리는 더 큰 지갑을 가진 집 자녀에게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기부금을 학부생 장학금으로만 쓰도록 못 박았습니다. 그는 가난한 러시아 이민자 아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준 모교에 감사하며 졸업 이듬해 5달러를 시작으로 이미 1조7천억원을 기부했습니다. 이번까지 합치면 3조7천억원에 이릅니다.

우리 이웃에서도 이런 값진 기부는 적지 않습니다. 아흔 살 김영석씨 부부는 과일 가게를 하며 평생 모은 돈 400억원을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고려대에 내놓았습니다. 이 돈을 모으기 위해 김씨 부부가 아흔 일생을 어떻게 살아 왔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부부는 60년 전 손수레 노점으로 시작해 지금껏 먹을 것 덜 먹고 입을 것 덜 입으며 살아왔습니다. 고려대로 기부하러 가던 날도 밥상에는 김치와 콩나물, 고추장아찌뿐이었습니다.

"제가 기부를 했더니, 기뻐요, 너무 기뻐요…"

올해도 전국에 사랑의 온도탑이 들어섰습니다. 내일 새벽 첫눈이 온다는데, 올겨울 이웃의 온정도 펑펑 쏟아졌으면 좋겠습니다.

11월 23일 앵커의 시선은 '나눔으로 행복한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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